[임무호]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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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호]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경제칼럼]임무호 충청지방통계청장

  • 승인 2010-10-24 13:15
  • 신문게재 2010-10-25 21면
  • 임무호 충청지방통계청장임무호 충청지방통계청장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집 나무중 '황혼의 반란'은 앞으로 우리시대가 헤쳐 나가야 할 주제와 현실적인 고민을 던져 주고 있다. 주인공인 프레드는 노인수용소로 가는 버스를 탈취,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노인들만의 나라를 만든다.

▲ 임무호 충청지방통계청장
▲ 임무호 충청지방통계청장
70세가 넘으면 자식들로부터 버려져 수용소에서 죽을 날만 기다려야 했던 노인들에게 그 소문이 퍼지고 점차 노인국의 세력이 확대되자 정부는 20세 미만 젊은이들로 구성된 진압군을 투입한다. 체포된 프레드는 독약주사를 맞으면서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게다”라고. 노인은 '늙은, 힘없는, 일할 능력이 없는 무의미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젊은 세대 역시 언젠가는 노인이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하는 이 현대판 고려장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씁쓸해진다.

과거 노인은 대가족내에서 중요한 위치의 삶을 누렸으며,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권위도 높아졌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고도성장과 핵가족제도로의 전환은 노인을 존경하고 봉양해줄 자녀가 주위에 남지 않게 되고, 노인층의 지위는 낮아지고, 주요 사회활동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또한 의료기술, 생명과학의 발달 등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연장됨에 따른 노인의 증가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올해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으며, 오는 2018년에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2026년에는 고령화인구가 20.8%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N은 노령인구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충남지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초과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노인 부양문제 역시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서 충북 및 충남지역은 10년 뒤인 2020년에는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2030년에는 2명이 1명을 책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출산가능인구 및 노동인구의 감소에 따라 젊은 층이 짊어지게 될 과도한 부양책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어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80세에 달한다. 또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프랑스 115년, 스웨덴 85년, 미국 75년, 영국 45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8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선진국의 고령화 대응정책의 경험으로부터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고 가장 빨리 늙어가는 한국인들은 장수를 축복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200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중 노후의 대비책이 있는 고령자는 39%이며, 노후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고령자(61%)의 대부분은 '준비능력이 없거나', '자녀에게 의탁'할 것이라고 응답해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삶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또 65세 이상 인구의 전국 경제활동참가율은 3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노인들은 현재 가장 힘든 점으로 '경제적 어려움(41.4%)'이라고 응답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평균수명연장에 따른 평생고용정책 및 노인복지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기초노령연금제도, 노인 장기요양보장 제도 등 여러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이 노인맞춤형 형태가 아닌 단순반복노동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대부분이여서 실질적인 정책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초적인 제도뿐만 아니라 날로 증가추세에 있는 노령인구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정책 개발을 모색해야 될 것이다.

또한 노인들에게 일자리 제공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외감과 경제적 어려움 등 노인들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해결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사회, 행복하고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단순 부양대상자라고 생각하는 노인에 대한 인식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노인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정부의 정책도 바로 서게 될 것이다.

이제 고령화로 인한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해 안정적 노후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핵가족시대 그리고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이 여생을 안전하고 소외되지 않게 보낼 수 있어 우리의 노년도 풍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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