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영효 산림청 차장 |
도시숲은 시민에게 쉼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관적 가치를 높이고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곤충과 새 등 야생동물을 다시 불러와 인간과 자연, 문화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특성과 가치를 제공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며 도시 기온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느티나무 1그루는 연간 2.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8t의 산소를 방출한다. 이는 성인 7명이 연간 필요로 하는 산소량에 해당한다. 도시숲은 여름철 한낮 평균기온을 3~7℃ 낮추고 습도를 높이는 등 도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을에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시숲을 활용해 특색있는 축제와 문화 행사를 여는 곳이 많다. 또 도시숲은 숲속유치원과 숲속학교, 숲속음악회, 숲속문학회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도로변 수목은 소음을 차단하거나 감소시켜주고 친자연적 생활환경을 만들어준다. 콘크리트 건물과 시멘트 바닥만 쳐다보고 사는 삭막한 도시 어린이들의 정서를 함양하는 곳도 도시숲이다.
산림청이 전국적으로 추진하는 도시숲 조성 사업은 연간 300여곳(250ha)에 1700억원 규모다. 산림청은 국·공유지의 공한지와 폐철도 부지, 자투리 땅을 녹지대로 바꾸고 가로수와 학교숲, 마을숲을 조성해 도시민 1인당 녹지 확보율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도시숲 수요는 날로 늘어나는 데 비해 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다양한 방법으로 도시숲 조성을 모색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공모해 녹색자금을 활용한 투자비를 지원하거나 지역주민과 단체 및 기업이 함께 만드는 산림공원을 추진하고 우수녹화 사례를 발굴, 집중 홍보해 도시녹화 추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올해는 제2회 도시숲 설계 공모대전을 열어 도시 녹지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간 설계 및 계획기술을 증진시키려 했다. 또 녹색도시 우수사례를 발굴·확산시키고자 전국 지자체별로 모범 도시숲을 시상하고 있다.
도시숲이 공공재적인 성격은 짙지만 그 조성과 관리에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숲 조성 분야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담당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관리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는 시민단체나 민간이 많이 참여해야 도시숲이 다양한 가치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숲이 그저 그늘 정도만 제공하고 휴식공간으로만 쓰인다면 투자비용에 비해 가치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도시숲의 생태·환경·심미적 가치에 더해 인간과 자연,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숲속 음악당, 숲속 미술관, 숲속 공연장 같은 문화예술 공간으로도 활용돼 시민과 함께 하는 생활 속 도시숲으로서 면모를 갖춰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뉴욕 센트럴파크나 파리 블로뉴 숲은 지역 시민의 긍지이면서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는 도시의 자산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의 '서울숲'은 오래지 않아 세계적 명소로 자리잡을 것이다. 또 대전 한밭수목원 같은 도시숲도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숲속문화 공간으로 대두될 것이다.
도심에서 일과 업무에 피로가 누적된 시민은 잠시 짬을 내 주변 도시숲에 가서 명상에 잠겨 사색을 하거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것을 권한다. 깊은 산속의 단풍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언제든 찾아갈 수 잇는 도시숲에 단풍이 드는 것을 바라보며 나무, 새와 곤충과 소통하고 향기로운 자연의 냄새에 취해 여유있게 심신을 재충전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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