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만큼 우리나라가 성장했다는 자랑스러운 마음도 들고, 무사히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국격이 한 단계 더 높아지리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고, 이를 위해 고생하는 관계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시선이 행사 준비에만 쏠려 조금씩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지난 주말 직장때문에 아산에 거주하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승용차로 아산에 다녀왔는데, 국도를 달리다가 그만 진출로를 놓쳐 한참을 되돌아오는 곤란을 겪었다. 교통표지판에서 늘 보던 시설명이 없어지고 지명만 표시돼 있어 다른 길로 착각했던 것이다. 남편에게 고생한 이야기를 하며 왜 갑자기 표지판에서 시설명이 빠졌냐고 물었더니 남편도 잘은 모르지만 G20 행사를 위해 도로표지판을 정비하면서 시설명을 삭제한 것으로 들었다고 한다.
한 달에 한두 번 다니는 길인데도 표지판이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 내 어두운 길눈을 탓할 일이지만 G20 행사를 준비하는 것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 멀쩡히 잘 표시돼 있는 교통표지판의 시설명을 삭제하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고, 이를 위해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한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더구나 진출로 한 쪽의 표지판은 테이프 같은 것으로 덧붙여 놓아 시각적으로 보기에도 좋지 않은데, 뭐가 그리 급하고 중요해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시설명을 삭제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처럼 길눈이 어두워 표지판이 조금만 바뀌어도 길이 헛갈리고 방향표시나 지명표시보다는 직접 시설명을 표시하는 것이 훨씬 길을 찾기 편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교통표지는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만들어 졌을까? 당연히 국민들이 운전하면서 길을 잘 찾으라고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교통표지의 원래 목적을 잘 살리는 것인지 관계기관에서는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해 볼 필요가 있겠다./강연희 가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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