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를 출소한 고든 게코. 그는 22년 전 스위스 계좌에 딸의 이름으로 빼돌린 돈을 찾기 위해 딸의 연인 증권 트레이더 제이콥 무어에게 접근한다. 딸은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고, 아버지는 딸보다 돈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며, 딸의 연인은 게코에게 매혹당한다.
'월 스트리트'는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월가(街)에 대한 우화이자 경고였다. 하지만 월가는 그깟 할리우드 영화의 충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들은 돈벌이를 위해 돈을 빌리고 빌려줬고, 몰락했다. 급기야 태평양 건너 한국의 착한 백성들까지 직장에서 쫓겨나고 거리로 내몬 금융위기를 부르고 말았다.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전작 '월 스트리트'의 두 주인공 게코(마이클 더글러스)와 버드(찰리 신)를 등장시켜 속편임을 분명히 한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배경이다. 교도소에서 돌아온 게코는 여전히 탐욕의 화신이고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제이콥 무어(샤이어 라버프)다. 스톤 감독은 무어를 통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서슬 퍼런 각을 세우고, 금융 권력에 포획당한 국가 권력에 칼끝을 겨눈다.
흥미로운 건 게코의 변화다. “욕망은 좋은 거다”고 말했던 그는 “욕망은 좋은 걸까?”라고 묻는 책을 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해 “누군가 당신의 돈을 가져가서 쓰고는 책임지지 않을 때”라고 단순명료하게 정의하지만, 돈을 노리고 술수를 부리는 자신에 대해선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할 거”라며 변명한다. 월가에 재입성하기 위해 딸까지 배신했던 그는 '돈이냐, 가족이냐'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가족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스톤 감독에게 기대했던 비판의 칼날은 영 무디기만 하다. 스톤 감독이 23년을 넘어 속편을 만든 건 그가 창조한 인물 게코에 대한 연민 때문은 아니었을까.
비판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면 월가를 누비는 비즈니스맨들의 맞춤슈트처럼 잘 빠진 오락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월가의 하늘 위로 수많은 비눗방울이 올라가는 장면은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스톤 감독은 이 장면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1960년대 경기 침체, 1990년대 레이건 시대의 소비 탐욕주의,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2000년대 부동산으로 인한 네 가지 버블 경제를 겪었다. 아이러니하게 버블이 터지는 주기도 짧아지고 또 자주 일어나니 화도 나지 않는다.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태어나고 또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버블이 생겨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의 신뢰, 은행에 대한 신뢰이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 장면을 버블로 물들인 것은 그런 불확실성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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