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국 건양대 교육대학원장,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
우선은 고층건물을 비롯한 초고층 건물의 건축에 대한 규정을 정밀하게 마련하고 엄격히 시행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건축 기술은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 건설한 건축물에 가끔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 법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안전 공간을 확보한다든가,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시설 등을 마련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유사시 잘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20층 이상의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외부에서 진화할 수 있는 장비로는 소방 헬기가 유일한데, 이것의 보유 대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므로 화재에 대해 자체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설비를 건물에 필수적으로 갖추어 놓아야 한다. 아울러 초고층 건물의 경우 내진 설계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재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안전불감증을 불식시켜야 한다. 부산 해운대의 복합아파트의 경우, 화재가 나기 1년 전쯤 해당 아파트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고치지 않았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안전불감증이 아닌 것이다. 이 아파트의 경우 외벽에 시공한 알루미늄 패널도 문제가 됐다. 다른 지역의 화재 분석 결과, 알루미늄 패널이 화재를 키운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부산에서 이같이 시공을 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안전보다는 외관을 중시하는 인식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산다는 생각으로 건축물을 짓는다면 이와 같은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인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권내에 초고층건물이 세워졌으나 그 초고층건물의 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고가사다리차가 한 대도 없으며, 더군다나 시가 내년 예산에서 고가사다리차 구입비용을 전액 삭감했다고 한다. 물론 예산을 편성할 때 나름대로의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주거시설에 큰 불이 날 경우 커다란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구입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대피 방법을 마련하고 거주민들에게 주지시키며 대피 훈련을 일정하게 할 필요도 있다. 초고층 건물의 경우, 전문요원을 배치해 이 일을 전담케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소방방재청이 마련한 자료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평균 502명으로 이 기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 6978명보다는 훨씬 적으나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 72명보다는 꽤 많은 편이다. 이 중 화재의 주요 원인은 부주의로 인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것은 우리의 안전불감증에 기인한다고 본다.
과학 기술의 발달과 경제의 발전으로 우리 삶의 질은 높일 수 있지만,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의 종류와 크기도 함께 늘어나고 또한 커지고 있다. 영화나 뉴스로만 접했던 재난의 현장에 바로 나와 내 가족이 놓여 있을 수도 있다. 건물을 튼튼하고 안전하게 잘 짓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만이 그러한 상황에 놓이지 않고 우리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