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켜진 교실… 배움의 열정 한가득

불켜진 교실… 배움의 열정 한가득

■ 대전 반딧불 야학교

  • 승인 2010-10-20 14:10
  • 신문게재 2010-10-21 12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지난 19일 오후 9시 대전시 서구 도마동 도마큰시장 입구 대전 반딧불 야학교. 저녁 늦은 시간인데도 이곳에서는 배움의 열기로 가득하다. 각기 다른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부의 때를 놓친 사람들이 오직 배우겠다는 각오로 야학 선생님의 강의에 집중했다.

▲ 지난 19일 오후 9시 대전시 서구 도마동 대전반딧불야학교에서 중등부 학생들이 수학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 지난 19일 오후 9시 대전시 서구 도마동 대전반딧불야학교에서 중등부 학생들이 수학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중등부 반장을 맡고 있는 류순희(51·가명·서구 내동)씨는 “늦게 나마 배울 수 있다는데 뿌듯함을 느낀다”며 “전에는 배우지 못한 게 창피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3개 반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반딧불야학교는 10대 청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열공'중이다.

재적 인원은 초등부(한글반) 50명, 중등부 15명, 고등부 15명 등 총 80명에 이른다. 한글반의 경우 연령층이 높아 평균 연령이 60대에 이르는 등 노인들의 배움 열기가 뜨겁다.

지난 1988년 4월 대전향토야학교로 개교한 대전반딧불야학교는 한해 10명씩 졸업생을 배출, 22년 동안 100여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 학교는 1년에 두 번(4월, 8월) 실시되는 검정고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초·중·고등부 합쳐 올해 13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높은 합격률 뒤에는 무보수로 묵묵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공이 컸다. 대학생, 직장인, 정년 퇴직자 등 총 2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교사로 나서 수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야학교사 중에는 이곳에서 배우고 익혔던 졸업생도 2명이나 있다.

졸업생 출신 교사 이명숙(56·서구 복수동)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에서 학생 신분으로 배웠는데, 이제는 가르치는 교사로 서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글을 몰랐던 노인들이 여기서 글을 배우고 난 후 간판 글자가 하나씩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졸업생 출신 교사 윤희선(48·서구 도마동)씨는 “원래는 중등부 교사였지만 내가 맡았던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바람에 학생들과 같이 고등부로 올라오게 됐다”며 “학생들이 국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TV퀴즈 프로그램에서 문제로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대전반딧불야학교는 올초 신청한 '대전시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에 처음으로 선정돼 사업비로 700만원을 지원받았다. 대전에서 올해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에 선정된 야학교는 이곳을 비롯해 한마음, 한울, 모두사랑, 한밭 등 총 5곳이다.

김진중 대전반딧불야학교 교장은 “항상 열악한 재정 문제가 가장 고민”이라며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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