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균형 성장의 주요인으로는 하도급 거래시 불공정행위를 들 수 있다. 대기업이 거래 중소기업에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CR) 요구를 하거나 자사의 환차손이나 파업 손실분을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 만회하려는 구태가 여전하다.
또한,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납품단가 실태조사 결과, 하청 중소기업이 원자재가격 인상분을 납품가격에 전부 반영하는 경우가 4%에 불과하고 전혀 반영 못하는 경우도 무려 44.2%에 달하는 등 심각한 불공정 거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 계열사가 중소기업으로 위장하여 중소기업 공공구매 시장에 참여하거나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인력을 탈취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요즘들어 대두된 심각한 문제는 고유업종 폐지후 대기업이 중소기업형 업종에 무분별하게 진출하는 사례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투에 대한 사업조정신청 건수가 2009~2010년 8월말 245건으로, 지난 2007~2008년 신청건수 27건에 비해 무려 9배나 많은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이와같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결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생산격차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생산격차 추이에서 2004년 1.4%였던 격차가 2009년 6.9%로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경제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 편중되는 요즈음의 상황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들은 근래들어 대ㆍ중소기업간의 불균형 성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하청거래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협력사 지원펀드 조성이나 공동기술 제품개발, 해외시장 동반진출 등 일찍이 주창해온 방안 이외에도 납품단가 조정대상 협력사 확대, 원자재가격 상승분의 납품가격 일정부분 반영 등 새로운 방안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와 같은 대기업의 조치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개선 체감을 느낀다”가 36.0%, “강한 실천의지를 느낀다”가 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의 실천의지에 대한 불신이 큼을 알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29일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중소기업계에서 줄곧 요구해온 것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 납품단가 조정신청권 부여와 부당감액 입증책임 전환,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강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체계 구축 등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요구가 관철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상권 위임 이외에도 하도급법상 전속고발권 일부제한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추가 도입돼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최근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중소기업의 역할을 솔선하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 이행', '가치경영 실천'의 중소기업계 3대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는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과거처럼 정부나 대기업에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역할을 다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이른바 스몰 자이언트(Small Giants)로 거듭나기 위한 바람직한 실천방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끝으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본질은 대기업 때리기나 포퓰리즘에 기댄 제몫 챙기기가 아닌 중소기업 제품 제값받기 및 사업영역보호를 통한 대기업과의 합리적 역할분담이며, 공정한 경쟁 룰의 조성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덧붙여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실현이야말로 공정하고 국민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 건설의 초석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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