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지에는 수백 년이 된 집들이 온존한 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폐허가 된 고성은 수많은 시인과 예술가를 불러들이며 중기 낭만주의의 무대가 되고 있다.
한국인 학자인 저자는 왜 독일의 작은 도시에 주목했을까? 이 물음에 저자는 하이델베르크의 역사와 풍광을 통해 우리 사회를 성찰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한국의 풍토는 이 순간의 물질적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와 전통, 자연을 쉽게 파괴하고 삶의 정신적, 질적 가치를 무시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현대'에 의해 '과거'가 끊임없이 파괴되는 사회가 한국 사회라는 것이다.
하이델베르크 역에 내리면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여기에 네카어 강변의 작은 도시 하이델베르크의 수백 년 역사와 의미가 상징적으로 표현돼 있다. 그것은 중세에도 르네상스 시대에도, 바로크 시대에서 산업사회에도, 그리고 후기 산업사회 혹은 포스트모던 사회라고 불리는 오늘날에도 변치 않은 하이델베르크의 정체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본문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는 한국의 서울과 독일을 하이델베르크를 비교하며 이방인의 시선으로 우리 문화를 다시금 살펴본다. 2장에서는 바이마르 등 독일의 도시 중 나눔의 미학을 실현하는 도시를 소개하며, 3장에서는 자연과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하이델베르크의 신화와 정신을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하이델베르크의 중세에서 포스트모던 사회까지 이어진 정체성을, 5장에서는 600년 역사의 하이델베르크의 대학을, 6장에서는 한국인의 눈에 비친 독일 대학 풍경이 그려진다.
또 7장에서는 폐허가 되어 더욱 빛나는 고성과 8장에서는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카를 테오도로 다리에 대해 설명한다. 9장에서는 유럽의 광장을 통해 삶과 죽음의 미학을, 마지막 10장에서는 네카어 강변에 꽃을 피운 다양한 정신들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연세대 사회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사회학 마기스터 학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카셀 대학 사회학과에서 연구하며, '게오르그 짐벨 선집' 기획을 담당하는 등 저술과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신인문사/지은이 김덕영/432쪽/2만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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