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라는 이 시대의 화두를 대가다운 현란한 필치로 그려내는 이번 책은 경제 권력의 핵심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메가톤급 서사다. 이 땅에서 벌어지는 대기업 비리와 천민자본주의를 신랄하게 파헤쳤다.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저자는 70세 가까운 나이에도 일체 외부와의 발길을 끊고 3개월간 집필실에서 오직 펜과 원고지와의 외로운 사투를 벌였다.
저자는 이번 작품을 통해 미완의 '정치민주화'시대를 넘어 자본과 분배의 원칙이 올바르게 지켜지는 '경제민주화' 시대로의 전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민 세력들이 단결해 옳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을 벌이고, 부패하고 타락한 조직은 투명하고 깨끗하게 정화해야 하는데 그 중추 세력은 양심과 도덕성이 뒷받침된 시민단체임을 강조한다. 또 저자는 처자식과 먹고사는 일에 치여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젊은 날의 열정과 정의를 잊어버린 너와 나, 부패한 권력에 자발적 복종을 해버린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뼈아픈 반성과 성찰도 담아냈다.
특히 이번 소설은 단순히 대기업과 권력자들의 비리만을 풍자한 것이 아닌, 그들을 믿고 지지해 준 '우리의 선택이 과연 옳았던 것인가'를 되묻게 한다. 더욱이 발로 뛰는 철저한 취재와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재미있지 않으면 쓰지 않겠다'는 평소 지론대로 대가의 능수능란한 비유와 풍자, 논리 정연한 입담이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조정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정치에만 민주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투명경영하고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져 우리나라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면 그게 곧 경제민주화”라고 밝혔다. 문학의 문학/지은이 조정래/448쪽/1만2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