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이야기]민족의 아픔 함께한 '철도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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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건축이야기]민족의 아픔 함께한 '철도 터널'

  • 승인 2010-10-19 14:14
  • 신문게재 2010-10-20 11면
  • 이희준 대전대 교수이희준 대전대 교수
대전이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며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 경부선 철도의 부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 옛 마달령 터널<사진 위>과 생생하게 남아있는 총탄 자국.
▲ 옛 마달령 터널<사진 위>과 생생하게 남아있는 총탄 자국.
경부선 철도가 놓이기 이전 원동, 인동, 중동, 은행동 등 원도심 지역은 '갈대가 무성하고 황량한 한촌(寒村)'이었다. 그러나 1904년 일본인의 거류를 위해 지금의 대동에 목조로 된 간이역이 처음 지어지고, 1905년에는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대전역이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대전에 철도시설과 관련된 일본인 188명이 거주하게 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상업, 공업, 공무 등에 종사하는 일본인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었으며 시가지가 형성되고, 도로가 정비되고, 많은 전답들은 대지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경부선 철도의 개통과 더불어 대전역의 설치는 한촌에 불과했던 대전을 교통도시로 변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전의 도시화는 일본인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미 일본은 1892년에 경부선 철도의 부설을 위해 측량기사들을 파견, 서울에서 부산까지 철도노선 후보지를 조사했고, 산악지역을 통과하지 않고 향촌사회와의 마찰 등을 피할 수 있는 대전 통과 노선을 1900년 3월 확정했다. 이렇게 결정된 경부철도노선은 일본인들이 조선을 침략하기 위한 전진기지로서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1914년 호남선까지 개통되면서 대전에 정착하는 일본인의 수는 더욱 급증하게 되었고, 또한 한국인들도 점차적으로 증가해 신흥대도시로서의 기반을 구축했으며, 지금의 대전이 우리나라 철도교통 중심도시가 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었다.

대전에는 당시 만들어진 철도관련 건축물들을 아직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우선 대전역 동광장 인근의 소제동에는 '철도관사촌'이 남아 있다. 이 주택들은 일제강점기 때 기관사나 역무사 등을 위해 지은 집으로 일제가옥에서 볼 수 있는 다다미나 오시이레(붙박이장) 등의 요소가 남아 있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주변에서 쉽게 볼 수는 없으나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철도터널'들이 대전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일부는 사용이 중단되었으나 대부분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동구 신상동의 옛 마달령터널(1905), 세천동의 구정리터널(1919, 1937), 증약터널(1919, 1938), 대덕구 신대동의 회덕터널(1905, 1938) 등이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터널들인데 옛 마달령터널과 구정리터널은 폐터널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터널들은 건축당시에 사용되었던 돌 또는 벽돌구조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의 구조양식이나 건축기술 등을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사료들이며, 더욱이 건축당시에 많은 조선인들이 인부로 동원된 사실과 한국전쟁 당시의 교전으로 인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총탄자국들은 우리의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하다.

경부선 철도가 개통된 지 105년이 지났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우리민족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해 온 것이다. 지금은 KTX가 개통되어 기존 철도에 대한 이용도나 관심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 흔적들은 희미해지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져갈 것이다.

그러나 이제 지금껏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우리의 아픈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잠자고 있는 터널들을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깨워야 되지 않을까. 우리의 후손들에게 우리가 걸어온 그 길을 그대로 보여주어야 되지 않을까. /이희준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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