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모여 각자 연신자랑을 쏟아낸다. 정작 주인공들은 큼직한 눈을 깜빡이며 여물을 씹거나, 귀찮은 듯 주저앉아 낮잠을 청한다. 아예 엉덩이를 격론을 벌이는 이들을 향해 돌아 누운 녀석까지 있다. 잘난 사람을 뽑는지, 잘난 한우를 뽑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14일 공주 금강 하천부지에서는 한우 품평회가 열렸다.
충남 16개 시·군 축산농가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한우 중에서 최고의 한우를 선발하는 대회를 다녀왔다.<편집자 주>
▲ 2010 축산인 한마음 대회가 14일 공주시 금강 하천부지에서 열려 참석한 농업인들이 가축품평회를 하고있다./공주=손인중 기자 dlswnd98@ |
농협 충남지역본부가 2005년부터 개최하는 축산인 한마음대회의 메인이벤트인 한우품평회는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자격과 심사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사람으로 따지면, 태어난 지 6개월 정도의 영아(수·암송아지)에서부터 사춘기(육성암소), 결혼 후 두자녀 이상을 낳은 아줌마(큰 암소)만 참가할 수 있다. 사춘기까지의 한우는 외모 위주로, 아줌마는 외모에다 번식 성적이 중요한 심사항목이다.
올해에는 모두 80마리가 출전했다. 품평위원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한우 수송아지와 암송아지다. 수송아지는 태어난 지 3~5개월 된 거세된 송아지고, 암송아지는 7~8개월 됐다. 하얀색의 옷을 입은 품평위원들이 등장하자, 곳곳에선 소들이 연신 울어댔다.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며 반갑게 맞이한다. 하지만, 잠시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서인지, 진지한 품평위원을 말똥말똥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관심 없다는 듯 여물통으로 눈을 돌린다.
반항기가 가득한 사춘기 시절인 육성암소는 더 가관이다. 기껏해야 13~14개월 됐지만, 불어난 몸집 때문인지 의사표시가 강렬했다.
품평위원이 이 부위, 저 부위 곳곳을 훑어보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외모에 관심 없는 듯 무관심으로 일관하기 일쑤고, 아예 엎드려 일어나지도 않는다. 품평위원이 몇 차례나 발길질을 해야 그제야, 귀찮은 듯 일어나는 녀석도 있다.
품평위원 옆에서는 관람객의 자평도 쏟아진다.
60대 남자 관람객이 “암소는 뭐니뭐니해도 엉덩이가 토실토실하고 푸짐해야 한다”고 하자, 함께 온 한 여성이 “수소는 떡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다리 등 힘이 중요하다”고 받아치며 귀를 즐겁게 한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아줌마 한우다. 3살이 넘고, 송아지 두 마리는 낳아야 하기에 아무나 출전할 수 없다. 몸집이 너무 커 '또 새끼를 낳으려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부분 육중한 몸매를 자랑한다. 바로 옆에 있는 육성암소의 2~3배 정도에 달할 정도다.
가장 몸집이 큰 암소 중 한 녀석은 갓 나은 송아지와 대동했다. 맏언니 격 정도 되는 듯하다. 좌·우에는 동생뻘인 암소들은 쉰 목소리로 연신 '음매'소리를 내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선을 끌기 위해 여물통을 뒤집고, 물통을 쏟는 건 일쑤다.
그래도, 품평위원들은 꿈쩍하지 않는다. 위·아래와 좌·우는 물론, 엉덩이와 다리 등 부위별로 세세하게 관찰한다. 몸집을 불리기 위해 갑자기 많은 양의 사료를 먹였다거나, 외모를 치장해도 소용없다.
품평위원은 “부위별 성장과 발육상태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좋은 환경에서 좋은 영양을 섭취하면 좋은 한우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이날 품평회에서 계룡 엄사면 조효연 씨가 큰암소, 천안 목천읍 박학래 씨가 육성암소, 예산 오가면 임종문 씨가 암송아지, 금산 남일면 박인석 씨가 수송아지 부문에서 영예의 1등을 차지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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