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에 다니는 이영필(37?대전시 중구 선화동)씨가 아침 9시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고 밤사이 들어온 이메일을 확인한 후 뉴스를 검색하는 것이다.
이 씨처럼 종이신문 대신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늘어 인터넷이용자 중 포털 뉴스 이용자 비중은 91.6%에 달한다. 또 20∼30대의 인터넷 이용목적 조사에서도 뉴스소비가 1위를 차지할 정도다(코리안클릭, 2008).
우리나라의 온라인 뉴스 이용률은 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는 신문과 방송의 뉴스공급 자리를 인터넷에 빠르게 내주고 있다는 뜻이다.
조영신 SK텔레콤 연구위원은 “신문과 방송은 중요한 뉴스 공급원이지만 한국에서 인터넷은 이미 다른 뉴스 양식을 압도했다”고 평가하며 “인터넷에 무료로 기사 전체가 제공되는 상황에서 인터넷에서의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뉴스가치 자체를 하락시켰다”고 말했다. 신문이 인터넷에 뉴스를 100% 다 제공한데서 인터넷 뉴스가 공짜라는 인식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 일본신문, 포털에 뉴스 일부만 제공
인터넷을 통한 뉴스 소비 증가는 전통적인 신문매체의 이용량 감소와도 직결되는데 ‘신문 왕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신문들은 우리와 달리 포털에 자사 뉴스를 10∼20%만 제공하고 사진도 일부만 보여준다. 기사 전문을 보기 위해서는 종이신문을 사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자사 웹사이트에서조차 기사 전문을 노출하지 않을 만큼 종이신문의 뉴스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신문들은 포털에 기사 전문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조 연구위원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신문기사를 제공받는 독자들이 굳이 종이신문 구독의 필요성을 느끼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신문업계 내에서도 포털에 자사 기사를 몽땅 제공한 것이 신문의 위기를 가속화했다고 자책한다.
지난해 1조3574억 원의 매출실적을 거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포털이 뉴스를 서비스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겠느냐”며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하고 포털이 ‘거대 공룡’이 되는데 뉴스가 큰 몫을 했음을 인정했다.
▲ 포털사이트에 인터넷광고비 집중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2009년 40%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 5405억 원)을 올렸는데 1000원어치를 팔면 400원의 이익이 남는 구조다.
네이버의 최대 수익원은 검색광고로 검색창에 ‘꽃집’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광고비를 낸 순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1>의 2009년 인터넷광고비 현황을 보면 네이버, 다음, SK컴즈(네이트), 야후, 파란 등 포털 5개사의 광고비가 4500억 원인데 비해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연합뉴스 등 뉴스사이트 7곳을 합산한 게 3200억 원이어서 포털사이트에 광고비가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포털들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밑바탕에는 포털에서의 뉴스 이용률이 한 몫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속보와 특종이라도 네이버와 다음에서 본 기사일 뿐 어느 신문 어떤 기자가 쓴 것인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엄호동 경향신문 뉴미디어전략실 기획마케팅팀장은 “신문의 위기는 기사를 포탈에 헐값에 제공한 신문 종사자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더 이상 특종의 개념이 사라진 온라인시대에 신문은 정보가이드로서 취재한 기사를 얼마나 빨리 가공해 종이, 웹,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 신문 비중 감소에도 뉴스 가치는 여전
신문에서 종이라는 플랫폼의 비중은 줄어들지만 이것이 결코 뉴스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인데 뉴스페이퍼(Newspaper)에서 종이(paper)는 사라질 수 있지만 뉴스(news)는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이재신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마이크로 미디어 시대의 뉴스 서비스는 종이를 통한 문자가 아닌 멀티미디어 형식 뉴스로 진화할 것”이라며 “이제 신문사는 단순히 뉴스기사만을 생산하는 역할이 아니라 뉴스자료를 근거로 다양한 뉴스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뉴미디어 기반의 복합기업으로 탈바꿈해야한다”고 진단했다.
또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김경환 교수는 “급속도로 변하는 스마트 시대에 올드미디어인 신문은 넋 놓고 앉아 모바일 혁명을 지켜만 볼게 아니라 무엇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준비해야한다”면서 “아이패드에 서비스되는 신문기사 사진자리에 동영상이 돌아가도록 한다거나 그래픽을 터치하면 부가데이터가 제공되는 등 모바일 시대에 대비한 투자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신문업계의 처지를 보면 모바일 시대를 맞았다고 해서 무턱대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 거대공룡 네이버도 모바일시대 위기
하지만 9월말 기준으로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 폰이 400만대고 연말까지 5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이란 전망만으로도 스마트 시대는 이미 도래 했으며 스마트 폰으로 웹서핑 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볼 때 종이신문이 두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할 상황 또한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조3574억 원의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한 네이버도 전 세계 트위터 이용자가 1억2500만 명을 넘어서고 데스크 탑 컴퓨터 대신 모바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상황에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며 “매월 50명씩 직원 수를 줄이고 있으며 모바일 시대에 대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실시한 네이버 뉴스캐스트 도입 후 해당 언론사의 트래픽은 8∼10배 이상 증가했지만 네이버 자체 페이지뷰는 30%하락했으며 70%대를 누리며 1위를 구가하던 네이버의 뉴스점유율도 다음과 네이트에 밀려 3위까지 추락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지만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기사를 클릭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도 언론사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은 적다는 게 네이버 측의 분석인데 이는 신문 사이트들이 차별화된 기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전통미디어로부터 온라인 미디어로의 광고비 이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종이신문들은 빨리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한다”며 “신문은 뉴스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자들은 뉴스를 원하기 때문에 다른 신문들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독보적인 콘텐츠만 있다면 걱정할 필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의 가치에 대해 김중태 IT문화원장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는데 그는 “신문은 독자에게 종이를 파는 게 아니라 뉴스를 파는 것”이라며 “어떠한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뉴스의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문 본연의 역할인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고 적절한 플랫폼에 따라 가공 배포한다면 신문의 살길은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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