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그러나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나, 대표에 대해 국민의 주권을 위임하는 방법과 범위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바로 국민 대표성의 문제다. 그리고 선거에서 지지하지 않았지만 선출된 대표에게 위임하는 대표권도 문제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우리가 직접이건 간접이건 동의한 현재의 제도에 의해 정치는 행해지고 또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나 정치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나 생각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하면, 국민은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부정적 생각이 고쳐지지 않거나, 그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경우 국민은 정치에 대해 반발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 때문에 소위 말하는 자구적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고, 다음 선거를 통해 대표를 교체 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이런 것이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가져오게 되고, 급기야 정치에 대한 혐오를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국민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정치를 혐오하게 되면 세상은 혼란스럽게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것과 같다. 따라서 문제는 국민들이 납득하고 행복해하는 신명나는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정치가 담당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복지, 국방, 외교 등의 모든 영역에서 바른 정치를 할 것인가도 문제다. 신명나는 정치와 바른 정치를 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원칙은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것이 정치를 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과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국민을 위한 정치는 어쩌면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정치의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요즘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김정일에 이은 김정은 세습과정이 또 한창이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의 죽음은 또 묘한 생각을 가져오게 했다. 바다 건너 칠레에선 700m 지하에 갇혀 있던 광부들의 생환소식이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감동을 가져왔다. 얼마 전 EU와의 FTA체결 소식은 우리 농축산산업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또 다른 기대를 가져왔다. 그리고 앞으로 개최될 G20 서울회의에 대한 많은 생각도 있다. 그런데 이런 국내·외적인 사건과 소식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기대와 희망과 감동이 있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우려와 불안과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정치는 정치인 개개인에 의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는 정치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치는 국민 모두가 하는 것이고, 또 그에 대한 책임과 결과도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를 보면 국민은 없고 정치만 있는 것 같다.
'국민이 없는 정치'는 죽은 정치다. 정치가 소위 정치인들의 잔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리없이 지켜보고 있는 국민이 바로 정치의 중심이고 주체가 되는 것이고, 정치인들은 바로 이런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는 투쟁과 갈등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올바르게 정치와 또 그 정치의 목표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질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바른 정치와 국민을 위한 신명나는 정치를 위해서는 대안이 있어야 하고, 또 미래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정치를 보고 있으면 바로 대안과 대비가 없는 비판과 갈등의 정치만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바로 신명나는 정치라는 것을 정치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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