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분명한 차이는 있다.
충사본 경영진은 지역은행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전면에 내걸며 독립 경영체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앙 노조는 임금과 인사 등 차별 철폐를 선차적인 목표로 내세우며 독립 경영체제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독립 경영체제와 인사·임금제도 통합 문제가 별개의 사안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인사·임금제도를 통합할 수 있다는 노조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영권과 인사·임금 분리는 불가능=독립 경영체제를 인정하면서, 경영권의 핵심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통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대전상공회의소 회원사 A대표도 “제조업체와 여러 가지로 다르겠지만, 아마 인사와 예산권이 없는 경영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전에 공장을 둔 대기업 노조 관계자도 “아직까지 그런 사례를 들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충사본 관계자는 “인사와 예산권을 넘기고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모든 걸 (중앙으로) 넘기려는 의도이며 노조가 거론할 권한 밖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독립 경영체제는 임금과 인사제도 통합 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지역 차별 철폐가 우선이다. 경영진도 시장원리상 지역과 영업을 분리할 수가 없다는 걸 알 것”이라고 말했다.
▲충사본 노조의 딜레마=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하나은행 중앙 노조와 충사본 노조의 시각과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중앙 노조는 지역차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물론, 독립 경영체제는 두 번째 문제이며 특히, 충청권에서 충사본의 비중에 대해선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충사본 노조에 지역차별만큼이나 중요한 건 독립 경영체제라 할 수 있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지역은행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위상과 역할에서 공공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원이지만, 중앙 노조의 방침에 반대하는 B 직원은 “이익만 챙기는 사기업과 달리, 충사본은 지역사회의 지지와 후원으로 성장한 공공의 성격도 강한 만큼, 제 밥그릇만 챙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다수 직원이 충청은행 출신인데다 1998년 출범 이후 줄곧 지역쿼터제의 수혜자들이었던 점에서 충사본 노조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C 직원은 “지역차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업난 때문에 취업이 어려운 후배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많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지역은행의 위상과 역할=대전에는 충사본을 비롯해 국민, 우리, 신한, 기업, 외환 등 여러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지역은행이라는 타이틀은 충사본이 유일하게 인정받고 있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점포수가 많다는 점도 있겠지만, 지역사회에서 보여주는 충사본의 기업윤리·사회적 책임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국민, 우리, 신한, 기업, 외환은행 등의 연간 지역 환원사업 규모는 충사본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을 외면하는 건 바로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충사본이 매년 100억원대 규모를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건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독립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지역인재 채용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할당제가 있지만,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채용하면 지역 출신들의 채용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충사본 경영진 관계자는 “13년 동안 고통이 따랐지만, 입지를 굳혔고 임금 수준도 24%까지 올렸으며, 인사 교류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차별을 언급하는 건 스스로 얻은 공공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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