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연희 인터넷방송팀 부장 |
12일 밤 부여읍내에는 외국인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는데 회의 참가자 중 일부는 이미 백마강과 부소산성, 고란사 등을 방문해 '원더풀'을 연발했다고 한다.
이번 관광장관회의와 2010세계대백제전을 위해 부여군은 시가지에 아름다운 백제문양과 왕궁을 상징하는 루미나리에를 설치해 고도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이 가운데 정림사지 담장을 따라 펼쳐진 궁남로에는 백제의 빛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수십여 개의 문을 지나 왕궁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특히 세계대백제전 기간 이곳에서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환상적인 퍼레이드 등 각종 행사가 진행돼 외국인은 물론 가족단위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그러나 왕복 4차로에 2중 3중으로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신비로운 백제 왕궁으로의 환상은 금세 깨지고 만다. 또 비좁은 도로를 서로 먼저 지나기 위해 울려대는 경적소리가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백제문화의 영향을 받은 일본 아스카(飛鳥)문화의 터전인 나라현 아스카무라(明日香村)에 가보면 걸어 다녀야 하는 곳이 많다. 엄격한 고도보존법 때문에 넓은 도로를 내지 않기도 하지만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유적지 주변을 걸어서 관람하게 한다.
또 나라현 나라마치(良町)보존지구에는 450년 전 전통가옥에 1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차량 통행을 극히 제한하고 일반 관람객은 아예 차를 두고 마을을 걸어 다녀야한다.
과거로의 여행을 위해 고도(古都)를 방문했다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걸어서 도시의 참맛을 느끼고 가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관광객은 전혀 불평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부여군은 궁남로에 아름다운 왕궁거리를 조성해 놓고도 즐비한 차량으로 백제 이미지 만들기에 실패했다. 백제의 마지막 고도 부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고 역사도시로 거듭나려면 군은 서둘러 궁남로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해 백제의 대표 거리로 활성화 시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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