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진 본사 前 주필 |
하지만 이는 순간이고 일본은 중국이 거세게 항의하자 꼬리를 내렸다. 중국은 일본인이 중국 군수공장 사진을 찍었다 해서 4명을 구속했다. 한술 더 떠 중국은 산업용귀금속 희토류의 일본 금수와 180만명으로 추산되는 일본행 중국여행객을 통제하겠다고 맞섰다.
일본은 즉시 중국어선 선장을 풀어주었다. 이는 기싸움에서 '일본의 KO패'를 뜻한다. 요즘 세계의 눈은 아시아에 쏠리고 있다. 굳이 '서구문명의 황혼(黃昏)'을 외친 니체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 미래학자들은 일찍이 문명의 중심이 동양으로 이동한다고 예언해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아시아엔 일본, 중국, 한국,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 6마리의 용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중에서 유독 중국의 발전은 눈부시다. 지난 1970년대 일이다. 중국의 2인자 등소평이 도쿄에 건너가 '지금 중국은 단돈 1달러가 아쉽다'며 구걸외교(?)를 펼친 일이 있다.
그런가 하면 60년대 초반 일본 대기업 총수들이 떼 지어 북경 행 열차에 몸을 실은 일이 있었다. '대륙이 밝아온다', '4억(당시) 인구가 사는 대륙, 구두 한 켤레씩만 팔아도 4억 켤레가 아닌가?' 그렇게 들떠 있던 일본 재벌총수들이었다.
일본은 줄곧 아시아의 선두주자였다. 필자는 그 무렵 도쿄에 건너가 일본 지도층과 인터뷰를 가졌다. 일인들은 중국을 옛날부터 얕봐온 역사성을 갖고 있다. 필자는 일본 총리, 학자, 사회지도층을 상대로 취재를 했다. '나카소네' 총리의 1급 참모 이즈로기(岩動) 상원의원과 방위위원장 나카무라(中村弘海)의 회견내용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중국으로부터 얻는 게 뭐냐고 묻자 이즈로기 의원은 두 손을 내저었다. 미쓰비시, 도요타, 닛상, 스미토모 등 대기업들이 북경 행 결과 소득이 없었다고 했다.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는 코드가 달라서…. 거기에 파트너십이 모자라는 중국'이라며 코웃음 치는 걸 보았다.
나카무라 방위위원장은 일본이 현해탄, 즈가루(津輕) 소오야(倧谷) 3대 해협의 초계(哨戒)를 강화, 소련 극동함대 남하를 봉쇄중이라고 했다. 중국의 무기 현대화는 '요람기' 수준이라 과소평가하는 걸 들었다. 잠자던 중국이 긴 잠에서 깨어나 이젠 으르렁대고 있다.
그러니 중국은 대륙의 호랑이요, 공룡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센카쿠' 섬에서 중국은 일본을 향해 강펀치를 날렸다. 여기서 KO패 당한 일본이다. 중국은 이제 세기적 거목 미국에 대해서도 'NO' 소리를 연발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거세게 재채기를 했다.
그 바람에 핵 항공모함(워싱턴호)이 서해훈련에 불참하고 말았다. 이밖에도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렇듯 공룡으로 성장한 중국 앞에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해본다. 중국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공존가도를 달릴 만한 진정한 이웃인가, 아니면 가상적인가를 놓고 말이다.
우리는 현재 '땅뺏기'와 '역사왜곡'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역사왜곡은 일본뿐 아니라 중국도 보란 듯이 자행하고 있지 않은가. 엊그제 TV에서 미국의 한 석학이 동북아 정세와 중국의 역할, 한반도의 미래를 논하는 가운데 우리의 뇌리를 때리는 구절이 있었다.
이제 중국과 북한은 주종관계로 전락, 중국은 북한을 섭정하며 '남의 3방' 방어에 북한을 고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내세워 고구려의 유적을 없애고 역사왜곡을 일삼은 지 오래다. 북한은 자신들의 조상을 중국 앞에 내세우지 못한다.
그 바람에 우리가 고구려를 지켜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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