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직전 총재 |
어느 글에서 예술가가 전개하는 창작행위의 기저에는 '나를 알고 나를 판단하려 하지 말고 내가 만들어 놓은 작품만 보아라'는 의미가 조금은 담겨져 있다고 한다. 그 글에서는 이런 심리를 마치 도마뱀이 도망갈 때 꼬리만 잘라 놓고 가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동안 '타진요'라는 인터넷 모임이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나와 같은 아날로그 세대 인간에게는 그런 논쟁 자체가 너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비쳤는데, 결국 내 또래인 50대 중반의 미국에 사는 사람이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아직 논란이 가라앉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조만간 진실공방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상황을 보면서 나에게 생긴 의문은 어째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 주제를 놓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마치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서로 헐뜯고 불신하고 싸우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짧은 소견을 정리해서 내린 결론은 그 할머니와 같이 '나'를 보이기 싫은 사람들끼리 '남'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찧고 까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굳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철학적, 혹은 종교적 고민을 하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를 규정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며 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을 것 같다. 또 그런 삶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답도 나오지 않는 주제를 놓고 쓸 데 없이 고민하는 것 보다는 나와 상관없는 남을 비방하고 술자리의 안줏감으로 만드는 것이 재미있기는 할 것이다. '나'는 아픈 곳이 없고, 나와 같은 편에 선 사람들과는 동지의식마저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대 유행인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익히느라 하루에 두세 시간은 잡아먹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엄청나게 많아졌다.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IT에 대한 이해가 아직 남보다 부족한 나로서는 그 세계에 선뜻 뛰어들기 힘들다. 한 술 더 떠서 트위터와 연관해서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리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과 생각한 바를 전달하는 영향력 큰 사람과 그 팔로어에 대해서도 나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얘기들이다. 그렇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허풍은 아직까지 나도 간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주제들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복잡하고 먼 길에 뛰어들었다가 내가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나에게 떼어낼 도마뱀의 꼬리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얻은 결론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의 평수와 나의 직업과 내가 사회에 나가 활동하는 모든 '옷'들이 결국은 도마뱀의 꼬리라는 것이다.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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