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면2006 젤라틴실버프린트 |
이처럼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삶의 일부였던 낡고 오래된 시멘트벽들을 렌즈 안에 담아낸 조윤상은 작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다.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고 상가나 다세대주택이 겹겹이 늘어선 오늘, 우리가 사는 주변에서 시멘트 모르타르를 입힌 담장을 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조윤상 작가의 사진 속에 담겨진 시멘트벽들은 대부분 '재개발'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지 않고, 개발이익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무가치한 즉 버려지다시피 한 서해안 중소도시나 작은 섬들에 남아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그가 발견해내고 뷰파인더를 통해 포장한 이미지들은 지난 시간의 흔적은 물론 그 벽에 기대어 살았던 삶의 숨결이 고스란히 쌓이고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다지 견고하지 못한 시멘트 담장은 시간이 지나면 부스러지고 떨어져 나간 곳을 다시 발라야함과 쉽게 바래 버리는 페인트도 다시 칠해야 했던 것처럼…. 특히 화면 속에서 드러나는 조 작가의 구도들은 단순히 사진으로 인화돼 우리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 외에도 밖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구조와 주변의 풍경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벽과 담장의 일부분이나 세부를 보여주는 그의 흑백사진은 그렇게 그 자체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들 추억 속 골목길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좋은 기회가 될것이다./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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