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충사본 경영진은 노조측의 인사와 임금제도 통합 요구는 독립 경영체제를 와해시키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측은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인사와 임금제도를 통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일한 독립 경영체제=충사본은 하나은행 조직에서 유일하게 독립 경영체제로 운영중이다. 인사권과 예산권 등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지역은행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구축하고 있다.
IMF 구제금융으로 지역은행인 충청은행이 무너지고, 하나은행이 이를 인수, 지역성을 내세우며 '충청사업본부'를 운영해왔다. P&A(자산부채 계약이전) 방식을 택하면서 충사본에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사본은 단기간에 지역은행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혔다.
1998년 출범 당시 564명의 임·직원은 지난 8월 현재 864명으로 53% 증가했다. 점포 역시 59곳에서 81곳으로 늘었고, 지역쿼터제를 도입해 13년 동안 콜센터 직원 750명을 포함해 모두 1500여명의 지역 출신 인재를 채용했다.
지역의 고용창출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대학들은 충사본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지역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반기고 있다. 대출은 1조505억원에서 8조8821억원(745%)으로, 총수신은 1조8995억원에서 10조1147억원으로, 432% 급증했다.
▲경영진·노조, 독립 경영체제는 필수=충사본의 경영진과 노조 모두 현 독립 경영체제 고수를 원하고 있다. 독자적 경영권을 가져야 지역은행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충사본이 100% 지역 (대학 )출신을 채용하는 지역쿼터제를 시행하는 것도 독립 경영체제 덕분이다. 임금 역시 1998년 출범 당시 타지역 하나은행 직원과 비교해 70% 수준에 불과했지만, 13년 만에 평균 94%까지 끌어올린 것도 마찬가지라는 게 경영진의 설명이다.
13년 동안 경제 166억원, 문화 81억원, 지역사회 707억원, 체육 및 복지사업 152억원 등 1105억원을 환원할 수 있었던 것 모두 경영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건 부인할 수 없다.
노조 역시 이런 점을 감안해 독립 경영체제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불가능 VS 가능=문제는 노조의 주장대로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인사와 임금제도를 통합할 수 있느냐다. 경영진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 '독립 경영체제 고수'를 강조함에도, 여전히 논란이 뜨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는 인사와 임금제도 통합 후에도 독립 경영체제는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 등이 통합되면 비용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어 중앙 경영진이 통합 경영체제를 무기로, 인사·임금제도 통합 시도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김창근 노조위원장은 “충사본은 전국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수익성이 가장 좋은 지역인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독립 경영체제 논란의 핵심은 중앙 경영진이 충사본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충사본 경영진은 경영권의 핵심이 인사와 예산권이라는 점에서, 인사·임금제도 통합은 통합 경영체제로의 전환에 자칫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권이 통합되면 지역쿼터제가 불가능하고, 예산 역시 중앙의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종덕 충사본 대표는 “통합 경영체제인 영남과 호남지역본부는 인사권과 예산권이 없어 사업 추진에 제약이 많다”며 “노조의 주장은 명분만 있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