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종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단 정보전자폴리머연구센터 연구원 |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소재산업은 저탄소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핵심산업이다. 이러한 점에서 소재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화학소재의 경쟁력 향상은 필수적이다.
첨단 화학소재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특히, IT산업용 핵심 화학소재는 일본기업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첨단화학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화학소재중 하나인 폴리이미드는 고성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재로 개발역사는 초창기 우주산업 태동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이 발사한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에 자극 받은 미국은 우주산업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 과정에서 NASA(미국 항공우주국)와 민간기업인 듀퐁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964년 폴리이미드를 만들어냈고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유인 달탐사선인 아폴로 11호의 제작에 폴리이미드가 사용되었다.
폴리이미드는 영하 260도부터 영상 550도까지의 극한 환경에서도 성질이 변하지 않고 자체 난연성 및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주선이나 우주복의 필수소재가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일본과 같은 기술강국에서도 폴리이미드는 일찍이 주목받는 첨단소재였다. 올해에는 일본우주항공개발기구(JAXA)가 발사한 이카로스라는 금성탐사선 제작과정에서 0.0075㎜밖에 안 되는 돛을 폴리이미드로 만들기도 했다.
폴리이미드는 1984년 모 외신기사에 '폴리이미드는 우주왕복선에 이용된 재료인데 민간용으로 확대되고 있어 가격하락에 따른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라는 내용이 실렸을 정도로 1980년대 이후로 급속도로 활용범위가 확대되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정보통신부문으로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나 휴대폰 구성회로, LCD 등에 전기절연성이 좋은 폴리이미드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폰 대부분이 PCB(인쇄회로기판)가 아닌 폴리이미드와 구리를 합착해서 만든 FCCL(연성기판용 동박적측필름)을 이용한 FPCB(연성인쇄회로기판)를 사용하고 있다. 고열에도 잘 견디는 특성으로 우리나라 주력수출품인 자동차의 엔진주변 부품, 금속대체 개스킷 및 링 등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첨단 기간산업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폴리이미드에 대한 중요성으로 인해 정부에서도 1990년대부터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해 오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국화학연구원은 SKC(주)와 공동으로 5년여의 연구 끝에 2005년 폴리이미드 필름을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이외에도 LCD용 배향막, 성형용 폴리이미드 등을 제일모직, 대림코퍼레이션과 공동연구를 통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아직도 우리나라 전체 폴리이미드 시장의 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 화학산업체들의 세계 시장진출에도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우리나라도 TFT LCD용 절연막이나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기판 소재 부문에서는 충분한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세계 폴리이미드 시장이 2조원에 이르고 있고 첨단산업에서의 활용도가 워낙 높은 까닭에 앞으로도 새로운 폴리이미드를 만들기 위한 선진국들의 기술개발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화학소재 연구자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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