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과음과 스트레스로 인해 그러려니 하고 지내던 중 아내의 등에 떠밀려 종합검진을 받게 되었다. 그 결과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게 되었고 현재 갑상선호르몬제를 투약 하며 절주를 한 결과 피로도가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50세 주부 L씨는 6개월 전부터 무기력감과 피로가 심해지고 수면장애가 있었다. 2개월 전 부터는 기억력도 감퇴되고 뒷목이 뻣뻣해지고 항상 어깨가 무거우며 오후에 두통이 생기고 머리가 맑지 못하다보니 일에 대한 집중력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며 우울하다고도 했다. 자식들의 권유에 떠밀려 검사를 받은 결과 큰 이상은 없으나 우울증이 의심되니 약물치료를 받아보라는 담당의사의 권유에 따라 투약을 한 후 피로, 무기력감, 두통, 우울감 등 증상의 많은 호전을 보였다.
만성피로는 스트레스, 흡연, 음주, 수면이나 운동부족, 비만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빈혈, 당뇨병, 갑상선 질환, 신부전증, 결핵이나 바이러스성 간염 등의 감염성 질환, 심장질환, 암과 같은 악성 종양 등의 신체적 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 사회적 요인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피로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피로 외에 체중 변화, 기분변화나 기타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 피로는 반드시 어떤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전반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떠한 원인이 발견된다면 그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호전되지 않는 만성피로가 있는 경우 지켜야 할 생활 수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적절한 신체활동이 중요하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포함한 일상적인 신체활동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신체활동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경우 근육 양 감소와 체력저하를 가져와 피로를 악화 시킬 수 있다. 적절한 유산소성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로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가벼운 걷기 운동이나, 수중 운동 등으로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요인을 확인하고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수면 습관을 평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간과하기 쉬운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도 피로를 유발하는 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에너지 보존 전략을 생활화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첫째,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을 한다. 즉 기운이 남아있을 때 중요한 일을 하며 덜 중요한 일은 나중으로 미룬다. 둘째, 일의 속도를 조절한다. 일을 너무 빨리 몰아서 하려고 하지 말고 여유 있게 시간 분배를 하고 중간 중간에 짧은 휴식을 취한다. 셋째, 일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어 음식조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가능한 적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공간 및 가구를 배치한다. 넷째, 일을 할 때 적절한 위치와 자세를 유지한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피로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막연하게 간이 안 좋아서 또는 과로로 피로하다고 생각하거나 시중에서 소위 '피로 회복제'로 유통되는 여러 가지 건강식품을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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