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독립 경영 체제다. 인사와 임금에서의 차별 철폐를 내걸며 제도 통합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에 맞서, 경영진은 제도 통합은 독립 경영 체제를 훼손해 지역은행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흔드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충사본을 흔드는 문제점과 과제들을 집중점검하는, ‘독립 경영 13년,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라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지난 8일 대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 목격됐다.
'충청은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후 무려 13년 만에 은행 노동조합의 집회가 열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하나은행지부가 개최한 '충청사업본부 통합완수를 위한 결의대회'다.
하나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충사본 소속 노조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지역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통합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발단은 '통합'=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지만,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는 현재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금과 인사제도를 비롯해 지역환원사업 등 경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하나은행 중앙이 아니라 충청사업본부 경영진에서 결정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쓰러진 '충청은행'을 하나은행이 P&A(자산부채 계약이전) 방식으로 인수했기 때문이다. 합병 방식으로 인수한 보람은행 및 서울은행과는 다르다.
13년 동안 1500여명(콜센터 750명 포함)의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출범 초 59곳이었던 점포수를 81곳으로 확대하거나, 지역환원사업으로 1105억원을 지원한 것 모두 독립 경영 체제였기에 가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없지 않았다.
충청사업본부에서 채용했기 때문에 타지역 하나은행 직원들과 비교해 임금도 적고, 인사이동도 충청권을 벗어날 수 없다. 노조가 '지역 차별'을 기치로, 임금과 인사제도 통합을 전면에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 '명백한 지역차별'=노조의 요구는 중앙과 충청사업본부의 통합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영·호남, 강원 등과 달리, 하나은행에서 유일하게 충사본이 분리 경영되면서 충청사업본부 직원이 차별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충청사업본부 직원의 임금은 타지역과 비교해 평균 6% 정도 적으며, 충청권에서 채용됐기에 타지역으로의 인사이동은 불가능하다.
핵심인 독립 경영 체제는 훼손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되, 임금과 인사제도에서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청사업본부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 사이에서 통합 문제에 대한 찬성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창근 노조위원장은 “충청사업본부 경영진이 노조가 독립 경영 체제를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말로 현혹하고 있다”며 “인사와 임금 차별을 철폐하자는 것이지, 충청사업본부의 독립 경영체제에 대해선 찬성한다”고 말했다.
▲경영진, ‘독립 경영 훼손 의도’=경영진은 노조의 제도 통합 요구를 충사본의 독립 경영 체제를 흔들기 위한 수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충청사업본부를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하나은행 중앙에 귀속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인사와 임금제도 통합은 결국 경영권 통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통합 경영 체제가 되면 13년간 쌓아왔던 지역은행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이 상당히 위축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사제도가 통합되면, 100% 지역인재만을 채용해왔던 방침이 물거품 되고, 원치 않는 지역으로의 인사이동 등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지역환원사업(1105억원)이 전면 차단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통합 체제가 되면 충청사업본부의 권한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종덕 대표는 “요구 사항인 임금 인상에 대한 계획과 인사 교류 문제는 이미 중앙 경영진과 합의한 상태”라며 “독립 경영 체제는 지역은행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이라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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