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올바른 음악 소비와 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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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올바른 음악 소비와 G20

[문화초대석]김규태 목원대 음악대학장

  • 승인 2010-10-10 14:15
  • 신문게재 2010-10-11 20면
  • 김규태 목원대 음악대학장김규태 목원대 음악대학장
작곡, 연주, 수용으로 세분되는 음악 행위는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로 완성되는 일반 경제활동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음악 행위에 대해서도 일반 경제활동에 걸 맞은 인식과 대우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한 음악 저작권의 침해가 그 도를 넘어 심히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 김규태 목원대 음악대학장
▲ 김규태 목원대 음악대학장
일반 경제활동에서 제품의 생산이 어떤 재료를 사용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나 물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음악 행위 역시 음계, 리듬, 화음 등의 음악 재료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것을 제품이라 하지 않고 작품이라 말하는데, 거기에는 값을 매기기 어려운 작곡가의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의 제작에 투입되는 노력과 비용 측면에서 일반 제품과 크게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작품은 손쉽게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소비 과정에서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산품의 유통 과정과 소비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면 제품 생산에 차질을 가져오게 되듯이, 작품의 연주와 수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작품의 생산은 원활하지 못하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지불이다. 제품의 유통 과정이 불투명하며 제품에 대한 합당한 가격이 지불되지 않고 소비된다면 생산과정에서 지출된 비용이 회수되지 않아 재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질 좋은 음악의 지속적 생산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결과는 이 나라 국민의 정신을 쇠약하게 만들 수도 있고, 또한 이 나라가 다른 나라에 문화적으로 종속되는 문화 후진국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요즈음 음악 시장을 들여다보면 작품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가 조화롭지 못하다. 작품이 생산되어도 유통과 소비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활동에서의 제품은 유통과 소비 과정에서 그 가치를 엄격하게 보호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행위로 만들어진 '제품'은 유통과 소비 과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음악 작품은 정신적 노동을 수반하는 저작물로서 우리의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고 시든 영혼을 소생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음악 학자 니콜라스 쿡은 “물건은 쉽게 없어질 수도 있지만, 음악 작품은 발표됨과 동시에 과거로 사라지는 행위나 경험이 아니라 영원한 형식으로 우리 곁에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 작품에는 일반 상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 높고 중요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음악 작품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소중한 정신적, 미적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주변에선 이와 같은 인식은 희박해 보인다. 남의 재산을 대가 없이 사용하거나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것이 불법행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유독 음악의 생산품에 대해서는 작곡가나 제작자의 허락 없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복제한다. 필자는 사람들의 그런 무책임하고 불법적인 행동이 의도된 것이라기보다는 작품의 보이지 않는 미적 가치에 대한 성숙된 인식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 회의(G20)의 의장국으로서 행사를 주도할 만큼 국가의 격이 높아졌다. 이는 과거 수십 년간의 눈부신 경제성장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은 경제적 수치로만 판가름나지 않는다.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이 함께 높아져야 하고, 그 중심에 음악을 포함한 문화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음악 작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정립하고 유통 질서를 건전하게 바로잡아야 할 때가 왔다. G20 개최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지적 재산에 대한 인식도 선진국가의 반열로 도약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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