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소피. 소피는 줄리엣 하우스를 돌아보다가 담벼락에서 50년 동안 꽁꽁 숨겨져 있던 편지를 우연히 발견한다. 소피는 편지의 주인 클레어에게 답장을 쓰는데, 며칠 뒤 거짓말처럼 클레어와 그녀의 손자 찰리가 소피 앞에 나타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의 베로나. 중세풍의 이 도시엔 줄리엣이 살았다는 옛집이 있고, 줄리엣이 로미오가 절절한 고백을 듣던 발코니엔 줄리엣의 동상이 서있다고 한다.
이 줄리엣 동상의 가슴은 한번 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로 반질반질하고, 발코니 아래 벽에는 비밀스런 사랑을 고백하는 여성들의 편지로 빼곡하단다. 이 편지가 ‘줄리엣에게 보내는 편지(레터스 투 줄리엣)’인데 한해 5000통이 넘고. 베로나 시에는 이 편지에 답장을 써주는 공무원들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줄리엣의 비서들’이란다.
‘레터스…’는 50년 동안 줄리엣 하우스 담벼락에 숨겨져 있던 편지를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피는 이 편지에 답장을 쓰는데, 거짓말처럼 편지의 주인 클레어와 그녀의 손자가 소피 앞에 나타난다. 클레어는 백발의 할머니가 됐지만 소피의 편지에 용기를 내 50년 전 헤어진 로렌조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전화번호부를 뒤져 찾아낸 비슷한 나이대의 로렌조는 모두 74명.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식의 사랑 찾기가 시작된다.
사랑은 아름답다고 웅변이라도 하는지. 영화는 온통 아름다움으로 치장한다. 줄리엣의 발코니는 물론이고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시에나, 또 젤라또와 와이너리, 치즈공장 등 막 엽서에서 빠져나온 듯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작심하고 이탈리아를 홍보해주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음악도 아름답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슴 설레는 사랑을 가사로 담아낸 ‘러브 스토리’는 영화의 로맨스를 클라이막스로 이끌며 관객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테일러 스위프트의 명곡이다. ‘나인’의 음악감독 안드레아 구에라가 빚어낸 보석 같은 음악들도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풍광보다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건 할머니 클레어를 연기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다. 올해 73세인 그는 얼굴과 목에 가득한 주름과 구부정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아만다 사이프리드 못잖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랑을 찾아 나선 낭만적인 할머니, 은근슬쩍 젊은이들의 사랑을 지원해주는 지혜로운 할머니는 여성이라면 꿈꿀 만한 노년의 모습이 아닐지.
그녀 때문에 올 가을엔 사랑을 고백하는 여성이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많고 많은 소피네 집 문을 두드리고 싶니. 나처럼 50년을 기다리지 마라.”
낭만적이고 예쁘고, 웃음도 재치 있는 대사도 사랑에 빠진, 사랑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맞춤한, 가을에 딱 어울리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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