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 누에티화후인(25)씨는 8일 유성구 관평동 대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개설한 '한국어 교실' 수업을 받으며 교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입은 “여보 어디 아파요?”, “네, 배탈이 났거든요”라며 한국인 강사가 불러주는 예문을 앵무새처럼 따라했다.
그녀는 2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온 이주여성이다. 이날 수업에는 6개월 된 아들(1)도 함께 참석했다.
서투르게나마 한국인과 대화가 통하는 그녀는 한국어 과정 중급에 편성돼 있다. 이날 수업은 '~거든요', '~까하다'라는 말의 문법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어 강사 남현희(46)씨는 “'~거든요'라는 말은 다른 사람 질문에 대답하면서 이유와 거절을 뜻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며 친절히 설명했다.
▲ 대전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교육실에서 7일 외국인 이주여성들이 아이에게 젖병을 물린 채 한글공부에 여념이 없다./지영철 기자 ycji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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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티화후인씨는 “한글은 베트남어에 비해서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특히 'ㄹ' 발음은 더하다”며 너스레를 떨고서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녀 외에 이날 수업에 참석한 모두 7명의 이주여성이 강사 설명을 한 마디라도 놓칠새라 귀를 쫑긋 세웠다.
이방인들의 '한글 열공' 분위기로 강의실은 쌀쌀한 날씨에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곳에 나오는 이주여성들은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는 것 이외에 저마다 가진 꿈이 있다.
베트남 여성 잔미항(21)씨는 “한글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시장에 가서 물건 살 때 배운 말을 사용하면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며 “한글을 열심히 배워서 베트남어-한국어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글 우수성에 대해서도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필리핀 여성 아이미(31)씨는 “영어에 비해 한글은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어 좋다”며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매우 과학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는 50여 명의 이주여성들의 한국어 실력에 따라 초ㆍ중ㆍ고급 각각 2개반 씩 한글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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