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엇보다도 경영마인드와 경영기술력 부족이다. 흔히 우리는 경영을 종합예술과 같다고 한다. 관리 대상이 인간으로부터 조직 구조, 기술 및 각종 물리적 자원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과거 성공한 기업들의 경영기법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론을 섭렵하면서도 충분한 현장경험을 쌓을 것이 요구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사들이 돌려가면서 최고책임자를 맡는 관습 때문에 전문 경영인의 진입이 봉쇄되어 있는 실정이다. 경영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의사가 병원 경영자를 맡고 있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다.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서비스는 강력한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지고 있는 기간재로 정권의 존망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역대 모든 정권이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체계의 변화에 소극적이었으며 심지어 드러내 놓고 반대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보건의료서비스의 전면적인 민영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완벽한 민영화체제를 고수하던 미국이 준 공영체제로 회귀한 것을 보더라도 인간사회에서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체계의 민영화는 죄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력한 정부규제는 보건의료서비스 산업을 확장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데 장애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차별화 및 느슨한 정부통제 기반 위에서 민간 소비자단체와 의료조직 간에 상호이해의 접점을 찾아가도록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편협한 인력관리의 문제다. 인력관리에 대한 접근이 의사와 간호사 등 일부 의료 및 보건직종에 너무 치우쳐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조직은 일부 특수계층에 의해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이솝 우화에서 보듯이, 항상 맛있는 음식을 챙겨먹는 위를 시샘해서 다른 기관들이 태업을 벌이면 소 자체가 아사직전에 이르게 된다.
즉, 많은 병원들의 인력관리가 아직까지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개화된 병원들을 중심으로 고액의 연봉을 내걸고 마케팅이나 기획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추세가 나타나고는 있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들이 기업에서 일할 때와 같이 높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의사직종을 수익의 중심점에 놓고 차별적으로 인력을 관리하는 전통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른 직종들이 상대적으로 열등한 것처럼 관리되고 있는 관행은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끝으로 리더십 부재의 문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병원 직원들의 병원장에 대한 리더십 평가는 냉담한 편이다. 리더십은 조직을 창조적으로 만들고 구성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리더십을 경영 그 자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의사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환자의 질병을 고치는 기술자이기 때문에 항상 멀리 봐야 하는 리더의 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실력이 높은 의사일수록 경영자로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우리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병원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미식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팀 감독을 반드시 선수 출신에게만 맡기지 않고도 우승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창조적 발상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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