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시립미술관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미술관의 위상을 흔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지역 미술계 안팎에서는 시립미술관의 시급한 현안으로 장기적인'로드맵'부실을 꼽는다. 미래가 있어야 미술관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올해로 설립 12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새롭게 준비한 10년을 위해 달려가야 할 시점이다. 여기에 개관 3주년을 맞은 이응노미술관은 초석을 다지고 본격적인 행보를 선보여야 할 시기다.
이런 만큼 두 미술관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미술관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지역 미술을 이끌 경쟁력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해답도 수반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미술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전시 기획, 예산 확보, 교육 사업 등을 통해 시립미술관의 미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곳곳에 국공립미술관이 늘면서 미술관 간에 경쟁도 치열해 지는 만큼 지역 시립미술관만의 특화된 콘텐츠 형성도 시급해 보인다.
미술관장과 구성원 간의 불협화음도 지적사항으로 제기되고 있다. 관장은 미술관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학예, 행정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만큼 지자체도 관장 공모에서 응시자격에 다양성을 부각하고 있다. 전문가적 능력, 전략적 리더십, 변화관리 능력, 조직관리 능력 등이 필요하다. 이 중 전략적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 전체의 마인드를 통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어떤 능력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미술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살펴보면 과연 관장이 제 역할과 기능을 수행했는지 의문이 들기에 충분하다. 지위를 활용한 일방적 지시와 책임 회피, 학예사들과의 불편한 관계 등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미술관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와 이응노미술관과의 신뢰도 형성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응노미술관은 시립미술관이지만 특정 예술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해야 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시는 이응노 화백의 부인 박인경 씨를 명예관장으로 위촉해 관계를 맺고 있지만, 작품 기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박 관장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응노미술관은 대전시립미술관의 산하기관 형태로 독립성을 갖지 못하는 데다 작품 구입비도 시립미술관에 비해 턱없이 적은 상태다.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최근 시립미술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공립미술관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한다”며 “단기간의 계획이 아닌 장기계획을 수립해 미술관과 지역 미술의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술관 경영 전문가를 통해 미술관 운영이 절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박은희ㆍ박수영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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