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학년 1반 구덕천 |
아이들을 키우면서 왕따나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아이가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가해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 눈에는 마냥 여리고 귀엽게만 보이는 아이가, 부모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가해자가 되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어른들의 잘못이다. 폭력적인 미디어도 문제고 툭하면 일어나는 폭력범죄도 그렇고 우리가 자랄 때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많이 풍족해졌지만 절대 아이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너무 안 좋은 것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게 해서 미안하다. 아들아!
이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6학년 1반 구덕천. 6학년 1반인 구덕천은 늘 자신감 없고 말을 더듬는 아이로 주명의 무리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같은 반 아이들 누구도 주명이가 무서워 친구가 되어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주명이 무리를 피해 달아나던 덕천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구덕천의 죽음으로 덕천이의 짝 현수는 덕천이의 괴로움을 알면서도 도와주지 못한 괴로움을 느끼며, 동생 구덕희는 자신과의 싸움 때문에 덕천이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는 자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덕천이를 괴롭힌 주명이는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무거운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이렇게 피해자인 구덕천 이야기, 구덕천의 동생인 구덕희 이야기, 그리고 결정적인 가해자였던 강주명 이야기로 스토리가 연결된 3편으로 되어 있다.
이와 유사한 책들이 괴롭힘의 대상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 책은 괴롭힘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강주명, 그리고 그 동생인 구덕희 등 이렇게 세 아이의 시선에서 제각기 삶을 바라본다. 우리는 늘 한쪽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삶의 다양한 이면을 세 사람의 시각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피해자인 구덕천은 말할 것도 없고 가해자라고만 생각되던 강주명도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스스로 느끼는 죄책감은 단순히 가해자라는 생각에서 어른들이 만든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잘못한 아이들을 지적하고 제재하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제대로 치료하는 데는 너무도 미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적인 건 주명이의 담임, 유순해 선생님이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희망적인 결말을 암시한다.
이 책은 즐겁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책 읽는 내내 안타까움과 가슴 아픔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특히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이웃집 아이처럼 선생님이 볼 때는 더없이 착하고 성실한 아이지만, 선생님이 없을 때는 교묘하게 아이들을 괴롭히고 왕따를 조장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따돌림 당하는 것을 알고 있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지만 아이를 위해서 단 하루도 휴가를 낼 수 없는 이 땅의 어머니들을 위해서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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