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고전주의 양식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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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고전주의 양식 뚜렷

  • 승인 2010-10-05 14:18
  • 신문게재 2010-10-06 11면
  • 이희준 대전대 교수이희준 대전대 교수
1904년 경부선의 개통과 더불어 근대도시로서 급속히 발달했던 대전은 1920년대 초반에는 일본인이 대전 전체 인구의 66.5%까지 차지하게 되면서 사실상 일본인에 의해 도시가 만들어지고 운영되었으며, 전국 어느 도시보다도 일본인이 가장 밀집해 살았던 '식민도시'였다.

▲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의 2005년 모습.
▲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의 2005년 모습.
대전의 행정권뿐만 아니라 상권까지 지배했던 일본인들은 큰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누리게 되었으며, 더욱더 많은 부귀와 영화를 위해 조선인들의 토지와 자본을 착취했는데 그 흔적들은 대전역 주변의 정동, 중동, 원동, 인동 등지에 지금도 남아 있다. 이전 호에서는 그 수탈창구의 역할을 수행했던 '옛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에 대해 알아보았으며 이 번호에서는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을 찾아가 보겠다.

대전역에서 목척교 사이의 거리는 대전이 근대도시로 발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전의 중심가로 역할을 해 왔으며 '근대도시 대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물들이 아직도 군데군데 남아 있다. 현재 안경점으로 리모델링되어 영업 중에 있는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도 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자리에는 1912년 한성은행 대전지점이 건립됐었으나 1918년에 일본인들이 대전지역 경제권 장악을 위해 조선 식산은행 대전지점을 그 자리에 다시 짓고 영업을 했으며, 1937년에 이 건물을 다시 개축했는데 지금 건물은 이때 지어진 것이다.

일제강점기 대전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대다수가 상공업에 종사했는데, 이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일제는 은행을 개설해 대전의 금융권을 장악했으며, 일본인들의 상가는 더욱더 번창하게 되었다.

이 당시 대전에 설립된 은행으로는 한호농공은행 대전지점(1908), 한성은행 대전지점(1912), 조선식산은행 대전지점(1918)이 있었다. 한성은행은 1897년 설립된 조선인들을 위한 민족자본은행이었으나 휴업을 면치 못하다가 일본자본이 유입되면서 활발한 영업을 하게 되었고 1928년에 조선 식산은행으로 넘어갔다.

▲ 현재 안경점 리모델링 모습.
▲ 현재 안경점 리모델링 모습.
조선 식산은행은 1906년부터 각 지방에 설립된 11개의 농공은행을 1908년에 6개로 통폐합하고 나서 1918년에 다시 합병해 창립한 은행으로 상공업자를 상대로 일본인들의 부를 축적하려는 목적이 있었으며 동양척식회사와 함께 식민지 지배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이 은행은 조선을 일본의 식량공급지로 만들기 위해 실시한 산미 증식계획에서 자금 공급을 담당했으며, 중일전쟁 이후에는 조선의 자금을 흡수해 일본정부와 전쟁수행을 위해 자본을 공급했다. 해방 이후에는 한국 식산은행으로 개칭되었고, 1954년에는 한국산업은행으로 재출범하게 되었다.

이 건물의 형태는 전체적으로는 르네상스 풍의 신고전주의 양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기둥과 창 주위의 벽면에는 화려한 테라코타 장식을 했으며 건물 최상단의 코니스 부분에도 화려한 장식문양의 수평 띠를 새겨놓아 서양의 고전건축 요소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좌우대칭적인 정면과 2개 층에 걸쳐 있는 4개의 팔각 자이언트오더 기둥 그리고 수평을 강조하는 수평 띠와 코니스 등은 엄격한 규칙을 따르는 고전주의 건축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대전이 20세기 '식민도시'라는 역사적 사실을 아무 말 없이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5월 31일에 등록문화재 제19호로 등록된 이 건물은 대전도심의 진입관문에 서 있으며 근대도시 대전의 시작점임을 증거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을 역사의 미아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 '식민도시 대전'의 아픈 과거를 치유하고 '근대도시 대전'으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기대해 본다./이희준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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