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창희 ETRI 기술전략연구본부장 |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i-series(iPod-iTunes-iPhone-iPad-iCar)로 전열을 가다듬은 애플이 아이폰을 필두로 휴대폰 분야에서 우리 주력기업들을 따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TV인 iTV를 발표, 지난해 소니를 추월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하면서 TV분야의 경쟁우위 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기존의 휴대폰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33%였으나,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갤럭시 모델 출시 이후 개선되기는 했겠지만 거의 10분의1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뚜렷해진다.
그러면, 단순히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는 매체의 하나인 스마트TV의 출시에 언론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정부와 산업계가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TV의 기능과 성능이 혁신적으로 변화됨으로써 미래의 TV는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닌 '만능상자'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과거 채널 선택도구가 다이얼이나 버튼에서 리모컨과 터치로 진화되었고, 이제 제스처를 감지하는 형태에서 멀지 않아 음성을 인식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PC와 휴대폰, TV를 통해서 동일한 시간대에 동일한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게 되고, TV를 통해 사람들과의 통화는 물론 인터넷 검색과 문서작성 등이 가능해지는 N-스크린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TV가 지능화된다는 점에서 혁신의 문제가 발생한다.
컴퓨터가 지능화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최근에 신축되는 건물들은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기는 하지만 다양한 IT기술들을 활용하여 방범방재 기능과 가정 내의 각종 전자기기를 제어하고, 최적의 온습도 유지는 물론 각종 박테리아의 번식이나 바이러스를 인지하여 박멸하는 등의 기능까지 갖추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들은 아직까지 홈 네트워크를 통하여 일괄제어하는 형태로 발전하지는 못한 상태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능들은 과거 MP3, 내비게이션, 휴대용TV, PC, 휴대폰 등 개별기기를 통하여 이용되던 기능들이 휴대폰을 통하여 모두 처리될 수 있도록 하나로 통합되어 왔듯이 일괄제어하는 통합된 형태로 발전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가정 내에 존재하는 PC와 전화, TV, 각종 전자기기 및 제어 도구들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주체는 무엇이 될 것인가? TV는 대화면과 향후 발전될 제스처 및 음성 인식으로 인한 조작의 간편성, 3D 및 HD급 기술의 보편화에 따른 현장감과 화질의 선명성, N-스크린 구현에 따른 PC 및 휴대폰 기능의 동기화 등의 측면에서 여타 기기들에 비해 단연 우수하며, 이에 따라 가정 내 모든 디지털 기기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스마트TV는 그 기능 자체가 혁신적으로 변화됨으로써, 산업적 측면에서 대단히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간생활의 패러다임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과거 TV의 제조와 생산은 가전업계의 몫이었다. 그러나 혁신적으로 진화되는 기술환경 하에서 개별분야의 개별기업들이 과거와 같은 역할을 고집하는 것은 기술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위험에 봉착할 것임이 너무나 당연하다. TV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였던 센싱기술, 네트워크기술 나아가서는 건설업계 등과의 협업이 불가피 할 수도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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