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율정 국립 대전현충원장 |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인구의 거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의 과밀, 집중 개발이 긍정적 측면에서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별성이 존중되고 다원화된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는 이로 인한 전반적인 국력의 소모가 훨씬 크다고 본다. 개발 초기인 1960년대 이후 20~30년간 즉 1980년대까지 수도권 집중은 경제개발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됐지만, 적어도 1990년대 이후는 국토의 균형 개발이란 점에서 지방에 집중 개발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접어든지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수도권 집중화는 기약없이 현재진행형이다.
서울 중심적 구조는 나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도 또렷이 남아 있다. 거의 전국에서 가장 늦게 전기가 들어 온 나의 고향에서 아무리 잘 사는 집도 자녀들을 대학에 한두 명 보내고 나면 집안이 휘청거렸다. 그런데 고향에서 살기 어려워 서울에 가서 청소부, 연탄 배달부 등 가장 하층으로 살면서도 자녀들을 대학에 쉽사리 보내는 경우를 흔히 보았다. 이러니 서울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공직자로서 지방근무를 많이 한 나로서, 수도권인 인천에서 기관장으로 근무할 때 그 지역의 최고 언론인이 “같은 영화를 보아도 서울 강남에서 보고 와서는 인천에 와서 자랑을 한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 실소를 금치 못한 일이 있었다. 그 말은 수도권 특히 서울 집중의식이 잠재적으로 내재돼 있다는 말이다.
마치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 주무부처인 과거의 건설부, 건설교통부 그리고 현재의 국토해양부 등 특정한 부서 또는 어느 누구만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국토의 균형개발 측면에서 가장 본을 보여야 할 정부 기관에서도 공직자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관심사인 승진 등 인사문제만 보더라도 서울 중심이다. 마치 서울에 발이라도 걸쳐야 승진하는 것으로 당연히 생각하는 한, 지방은 영원히 하부 종속이 된다는 점이다.
나는 서울 본부든 지방 산하기관이든 어디에서 근무하든 얼마나 의미있는 일을 거양했는 가에 엄격한 기준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인사권자가 서울에 있다고 해서 주변에 보이는 사람만 기준을 둘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관심은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곳 대전에서 승진을 했기 때문에 평소의 지방 주권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서울 등 수도권 아닌 지방은 오로지 지방이란 이유로 너무도 불이익을 받아 왔다. 한나절 교통과 실시간 정보화 시대에 우리나라의 지방 발전은 결국은 국가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선진화의 길에 훨씬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대부분의 정책입안을 하고 결정을 하는 지도층들도 서울 아닌 지방 출신이면서도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서울에 안주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보는 단견과 말로만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상투적 표현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이제는 행동으로 지방발전에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국립대전현충원장으로 소망하는 바는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서울 동작동 현충원 뿐만 아니라 우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주고 관심을 갖는 점도 지방 발전을 실천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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