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교 한국미협대전지회장ㆍ한남대 교수 |
어떤 말이 맞는 것인지는 확인될 수 없기도 하거니와 그보다는, 어떻게 사설기관도 아닌 공적기관에서 기관장을 선정하는 일에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지 놀랍기만 하다. 어느 기관이든 공모에 앞서 정확한 일정과 절차를 논의하고 준비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정한 심사를 위한 위원단도 구성하여 위촉해 진행한다.
그런데 시에서 위촉한 심사위원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자신들 본연의 임무인 심사는 제쳐두고, 사정도 모르는 응시자들을 3시간 이상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심사위원들과 그런 사태를 묵과했던 집행기관인 대전시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지자체를 운영하는 집행기관으로서 주체적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싶다.
그뿐이랴, 며칠 전 부터 발생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 역시 이응노미술관 문제이다. 지난달 ‘이응노미술관 사설 갤러리로 전락’하다라는 언론기사를 통해 그동안 감춰져있었던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부상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2007년 이후 개관하여 운영되어온 이응노미술관이 시립이라는 점에서 볼 때 대전시민들과 미술계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관리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응노미술관에서는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인가. 지난해 고암 서거 20주기를 맞이하여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특별전으로 ‘논 페인팅(Non-Painting)’전이 개최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이응노미술관 명예관장인 박인경 여사에게 미술관은 전시를 위한 작품을 대여하여 전시회를 마쳤다.
문제는 대여해 온 작품 70% 이상이 전시가 끝나기가 무섭게 타 지역의 갤러리나 수집기관으로 판매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물론 미술관의 소장품이 아니라 대여 작품이기에 소유주인 박인경 여사에게 작품을 팔 권리도 있다는 미술관측의 궁색한 변명은 이응노미술관 자체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한다.
시민의 혈세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건립되어진 미술관이 최소한의 正道도 없다는 것인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언론보도기사에 따르면 명예관장인 박인경 여사는 이응노미술관에서 전시ㆍ연구되는 작품들을 기꺼이 대여하고 협조할 것을 대전시와의 협약서에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 보면 제대로 된 콘텐츠 하나 없이 건물 짓고 소수의 작품을 가지고 개관했던 이응노미술관으로서는 전시를 진행하고 연구함에 있어 한계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2007년 개관 이후 진행되어 온 많은 전시들의 진행은 결국 대여 작품들로 이루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이응노미술관이 박인경 여사에게 명예관장이라는 직함을 수여했어도 결코 개인의 미술관이 아니며, 대전시의 인적 물적 자산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 문제제기가 된 전시는 대전시에서 이응노 작품을 국내에 판매하기 위한 홍보전시관으로 전락된 꼴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관장들은 딜러인가. 도대체 대전시립미술관장과 이응노미술관장은 누구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대전시에서 임명한 양대 관장들은 무엇보다 대전시의 문화정책방향의 입장에서, 보다 시민들을 위한 대전미술계의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부분에 힘을 기울여야한다. 눈에 보이는 개인적 영달을 위한 행보보다는 보이지 않게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과 미술인들의 다수의 시각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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