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여자축구가 민선 5기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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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여자축구가 민선 5기에 주는 교훈

[월요아침]육동일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충남대 교수

  • 승인 2010-10-03 13:09
  • 신문게재 2010-10-04 20면
  • 육동일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충남대 교수육동일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충남대 교수
여자축구 선수들이 세계를 제패했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최초의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을 부랴부랴 만든게 1990년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일본에 13-1로 대패하는 등 세계와의 격차를 실감해야만 했다. 그러나 불과 20년만에 17세 이하 대표팀이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대륙의 대표 국가들을 차례로 무너뜨린 뒤, 라이벌 일본까지 꺾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최초로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다.

▲ 육동일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충남대 교수
▲ 육동일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충남대 교수
특히, 여자축구의 우승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이룬 경이로운 성과라서 국민 모두가 탄복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우리 나라에 등록된 여자축구 선수는 다 합쳐도 1500명이 안된다. 여고생 선수라고는 16개팀, 345명이 전부다. 이중에서 선발된 21명이 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반면에, 일본의 17세 이하 선수만도 2만 5000명으로 우리의 23배나 된다. 독일은 17세 이하가 24만명, 전체 등록선수가 100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기적'이라는 표현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의 우승을 단순히 기적이나 행운으로만 돌리다 보면 승리뒤에 숨어있는 '성공 인자'를 놓치게 된다. 즉 지도자의 리더십, 팀워크와 시스템, 그리고 선수 개개인의 역량과 자세라는 인자들이 성공적으로 결합됨으로써 꿈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먼저, 여자축구팀을 온화한 카리스마로 이끈 최덕주 감독의 '아버지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 감독의 리더십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 같지만, 오늘날 현대조직에서 요구하는 리더십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여자축구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공유하고 있었다.

최 감독은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큰 소리 쳤지만, 내심 승리를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축구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즐기려고 하는 것이다”라는 평소의 축구철학으로 팀을 이끌었고, 재기발랄한 축구소녀들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미래에 대한 꿈과 열정을 쏟아냈다. 선수들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동시에 팀 구성원들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내는 이른바 '하모니 리더십'의 일환이다. 그것은 꿈과 희망을 공유하고, 신뢰와 자율로 조직을 이끈 믿음의 리더십이다.

현대축구는 크게 달라졌다. 소수의 탁월한 선수들에 의존하는 팀들은 사라지고 단단한 조직력과 전략적 시스템을 갖춘 팀들이 축구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타플레이어 지단과 피구가 활약했던 프랑스와 포르투갈 팀은 사그라지고 스페인 팀이 떠오른 것이다. 최근의 축구 강호들은 지역협력방어를 바탕으로 상대팀에게 압박을 가하고 경기를 지배한다.

공격진과 수비진의 간격은 최소화하면서 전원 기동력있게 움직이는 콤팩트(compact)한 축구를 구사한다. 따라서, 여자 축구팀의 견고한 팀워크와 협력수비는 승리의 주 요인이었다. 현대축구는 포지션 파괴를 주문한다. 이제 선수들은 자기의 전공을 살리면서 또 다른 역할을 협력을 통해서 함께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은 개성이 강하고 자기표현이 확실한 신세대로서 세계무대의 긴장감과 압박에 주눅들지 않고, 자기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의연함과 대담함을 보여 준 것이다.

현대행정도 현대축구와 다름 아니다. 현대 행정조직에서의 리더십은 성패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요소다. 민선 5기가 출범한지 3개월이 지났다. 하버드대 교수들은 새 정부가 출범해서 90일이내에 각 단위의 리더들이 조직비전과 목표의 정립과 공유, 조직내외 환경의 철저한 분석과 숙지, 우수 인재의 확보와 팀워크의 조성 등을 마련하지 못하면, 남은 기간에 정부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한다.

소통과 신뢰의 리더십하에 “권한은 위로, 책임은 아래로”, “공로는 위로, 허물은 아래로” 보냈던 기존의 행정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행정틀속에 참여관리, 성과관리, 갈등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전략과 협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공무원들도 자기분야의 전문성은 물론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꾸준한 자기개발이 필요하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노자의 가르침이 있듯이,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가 된다. 이와같이, 여자축구의 성공 요인을 들여다 보면 민선 5기 지방자치의 성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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