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찬] '김탁구'와 사회적 과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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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찬] '김탁구'와 사회적 과제의 변화

[중도춘추]장수찬 목원대 교수

  • 승인 2010-09-30 14:25
  • 신문게재 2010-10-01 20면
  • 장수찬 목원대 교수장수찬 목원대 교수
▲ 장수찬 목원대 교수
▲ 장수찬 목원대 교수
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는 50.8%라는 경이적인 시청기록을 세우며 지난 9월 16일 종영되었다. 드라마는 무더운 여름동안 상하기 쉬운 단밭빵을 매출 1위에 올려 놓았고, 동네 빵집마다 보리밥빵을 출시하도록 만들었다.

제빵왕 김탁구를 시청자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자들의 '탈근대적 삶의 욕구' 혹은 '바람'이 '탁구의 삶' 속에 투영되어 있어서는 아닐까?

우선 김탁구의 과제는 근대적 욕구를 넘어서고 있다. 팔봉 선생은 3차 경합에서 김탁구와 구마준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드는 과제를 부여했다. 팔봉 선생은 근대화 세대인 거성그룹 총수인 구일중과 비서실장인 한승재에게 '세상에서 가장 잘 팔리는 빵'을 만드는 과제를 주었을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리일까? 근대화 세대에 '잘 팔리는 빵'이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의 중심적 관심사가 생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들에게 자식들이 어떻게 되기를 희망하느냐고 물어보면, '성공하기를 원한다'고 답변한다.

반면에 미국의 부모들은, '행복하기를 원한다'고 답변하다. 지금 한국사람들도 달라지기 시작하고 있다. '가장 잘 팔리는 빵'보다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제 삶의 과제를 전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제빵왕 김탁구의 시청률에 투영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단이나 방법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팔봉 선생은 김탁구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같이 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팔봉 선생이 운명하기 전에 김탁구에게 언급한 것은 빵이 아니라 '구마준이'었다. 김탁구는 아버지 세대의 정상을 향한 피 말리는 경쟁을 거부한다. '경쟁이야 말로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 짜낼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라고 믿었던 산업화 시절이 있었다. 명문대에 합격하면 교문 앞에 이름을 걸고 학교를 승자들만의 기관으로 만들었다. 지나친 경쟁이 스트레스를 조장해 학생들로부터 창조성과 상상력을 고갈시켰다.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에게 집단적 정신질환을 앓게 만들었다.

반면에 팔봉 선생은 '도움주기(assist)'와 협력을 통한 승리를 가르친다. 김탁구는 상호간의 자극과 협력을 통한 윈윈(win-win)전략을 선택한다. 축구에서 '도움주기'는 골만큼이나 중요하다. 삶과 일에서도 '도움주기'는 탈근대사회의 주요한 가치다. 김탁구가 장녀인 구자경에게 거성그룹의 회장자리를 양보함으로써 김탁구의 '도움주기'는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팔봉 선생은 과제해결을 위한 조건으로 '몰입'을 가르친다. 팔봉 선생이 찬탄했던 것은 김탁구의 '빵에 대한 몰입'이다. 구마준이 번번히 김탁구에게 졌던 이유는 그의 머릿속에 빵이 아니라 김탁구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탈근대 사회에서 많은 것을 성취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했던 인간들이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가 그들이다. 존 스홉킨스 대학에서 1000여명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직업선택 이유를 조사한 적이 있다.

10년 후에 졸업생들을 추적해 이들의 성취를 계량화했다. 123명의 졸업생들이 백만장자가 되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123명의 백만장자 중에서 102명이 졸업당시 조사에서 '좋아서 직업을 선택한다'고 답변한 졸업생들이었다. 우리는 몰입하는 장인정신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보았다. 여민지, 지소연 같은 탈근대의 여성 축구인들이 우리사회가 새로이 주목해야 할 김탁구형 인간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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