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길] 천안함 사건과 과학적 진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용길] 천안함 사건과 과학적 진실

[금요논단]정용기 충남대교수 곳곳에서 제기되는 '반증가능성'.. 과학적 방어·합리적 설명 있을때.. '천안함 보고서'의 신뢰성 담보돼

  • 승인 2010-09-30 14:24
  • 신문게재 2010-10-01 20면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정용길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진술에 대해 이것이 과학적 진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까마귀를 관찰해 눈에 보이는 까마귀가 전부 검기 때문에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진술이 과학적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귀납적 방법으로 실증주의의 기본적 사고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에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내가 보거나 경험할 수 있는 사례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보는 까마귀는 전부 검지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까마귀도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앞으로 태어날 까마귀들이 모두 검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칼 포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술의 과학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진술이 과학적인지 아닌지 여부는 그 진술에 대한 반증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가령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진술은 검지 않은 까마귀라는 반증을 제시함으로써 부정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진술은 검지 않은 까마귀가 발견되기 전까지 잠정적으로 참(true)인 명제로 인정된다. 그는 반론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진술이 과학적 지위를 갖는다고 해서 소위 반증가능성(反證可能性, falsifiability)이라는 과학적 진리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지난 9월 13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최종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천안함은 북한에서 제조한 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합동조사단 구성 후 불과 40일 만에 성급하게 나온 중간보고서의 결론과 동일하다.

천안함 침몰과 같은 거대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치적 목적과 이념적 잣대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더욱 안된다. 철저하게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과학적 논쟁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막연한 자료만을 나열해 놓고 북한이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하겠는가라는 주장은 비과학적이다.

무엇보다 먼저 사건 원인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자료와 과학적 근거를 밝혀야 한다. 이러한 사실들이 집적되어야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도 과학적 진실을 밝히는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 즉 반증가능성을 놓고 열린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결정적 증거라고 제시하고 있는 어뢰추진체의 '1번' 글씨는 북측이 아닌 남측 사람에 의해 쓰였을 가능성도 열어 놓아야 한다. 폭발 시 수천도의 열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글씨가 타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 과학적 설명이 필요하다. 어뢰추진체의 부식 정도를 보면 최소한 몇 년은 된 것 같다는 반론에 대해 두 달 만에 그런 부식이 가능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대야 한다. 어뢰 흡착물의 성분이 폭발에 의해 형성된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부식이나 풍화작용을 통해 나올 수 있는 수산화알루미늄이라는 주장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합동 군사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형 잠수정이 어떻게 NLL을 우회해 천안함을 공격하고 유유히 도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지 않고도 침몰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결코 친북좌파 세력의 준동이 아니다. 과학적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제기되는 반증가능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하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천안함 사건 보고서의 신뢰성이 담보될 수 있으며, 과학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고 힐책하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조사위원을 검찰이 기소하는 나라는 결코 열린 사회도 선진 국가도 아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