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길 막힐라' 젖먹던 힘까지

대전경찰청 첫 체력검정 현장 표정 정년앞둔 최고참부터 새내기까지 '땀 뻘뻘' 인사고과 반영에 술·담배 끊고 체력관리도 달리기 1등급자 '악력테스트'에선 기진맥진 일부 “내·외근 차등평가” 제도개선 요구도

대전지방경찰청 직원들이 29일 경찰청 체련실에서 실시한 체력검정에서 이를 악문 채 악력검사를 받고 있다.
/지영철기자ycji07@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체력 때문에 승진에서 물먹으면 안 된다.”

29일 오전 대전경찰청 상무관.

50대 한 경찰관이 온갖 힘을 동원해 윗몸 일으키기에 열중했다.

1개를 더하고 못 하느냐에 따라 체력 검정 등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년을 코앞에 두고서도 젖 먹던 힘까지 다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한 경찰관은 “이날 체력 검정이 예정돼 있어 며칠 전부터 좋아하는 술도 끊고 체력관리를 해 왔다”며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데 나이를 먹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바로 옆 윗몸 일으키기 검사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내 나이에 몇 개를 하면 1등급이냐?”라는 질문에 감독관은 “35개를 해야 합니다”고 답하자 해당 경찰관은 경찰 입문 시험과 진배없는 부담감을 느끼는 듯 어금니를 깨물고 위아래로 왕복운동에 열중했다.

올 7월부터 승진에 반영되는 경찰관 체력 검정 제도 탓에 일선 경찰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체력 검정은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1200m 달리기, 악력 등 4개 부분에 걸쳐 연령에 따라 기준 점수를 정해놓고 시행된다.

치안감 이하 모든 경찰관에게 1~4등급의 점수가 매겨져 경찰관 근무 성적으로 평가돼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등급별로 5점씩의 점수가 차등 분배되는 탓에 승진을 앞둔 경찰관들에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필수 과목'인 셈이다.

때문에 체력 검정을 앞둔 경찰관들은 며칠 전부터 술자리를 멀리하고 개인별로 체력을 단련하는 등 '준비 운동' 과정도 치열하게 전개된다.

체력 검정 제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체력 검정을 받는 경찰관들에게 가장 넘기 어려운 장벽은 손아귀 힘을 측정하는 악력 테스트다.

다른 종목에서는 노력 여하에 따라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종목에서만큼은 2등급도 받기 어렵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하소연이다.

한 경찰관은 “악력 테스트는 손바닥이 크거나 덩치가 좋은 시람은 점수가 좋은 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점수를 받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은 “꽉 짜여진 근무시간 때문에 내근 직원보다 체력단련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며 내ㆍ외근 근무자의 차등 평가 기준 정립을 요구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