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지난 26일 우리는 말그대로 일요일 늦잠을 설쳐가면서 여자올림픽 대표팀의 선전을 지켜보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결과 오전 7시부터 SBS에서 방송된 이 경기의 시청률은 16.1%(이하 전국기준), 점유율 35.8%였다. 말그대로 경이로운 시청률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월드컵 마다 늘 있었던 거리응원도 집집마다 울려 퍼지던 박수도 환호도 없었다.
늘 상대적이란 말에서 비극은 찾아오는 것이다. 온 대한민국을 가득 메운 응원의 함성소리와 각종 스포츠 마케팅, 광고시간을 가득 메운 박지성 선수의 모습, 이 모든 것이 비록 16강에 머물렀지만 선전했었던 지난 월드컵의 대한민국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덤덤하게 치러진 이번 대회를 두고서 네티즌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고갔다. 혹자는 붉은악마를 탓하기도 했었고, 혹자는 또 냄비근성을 들추어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언제 우리가 그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냐는 것이다. 언제 우리가 비인기종목에 대해서 그렇게 뜨겁게 반응했던 적이 있었던가! 비인기종목은 말 그대로 그냥 비인기종목일 뿐이고, 전혀 모르는 나라에서 들리는 전쟁소리처럼 낯설게 느껴질 뿐이다.
축구를 가깝게 즐기고 한번이라도 축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축구에 대한 체온과 일반인의 체온은 다른게 분명하다.
또 상대적이란 말은 또 다른 측면에서 비극을 불러온다. 수일전에 기사에서 올해로 11년차인 한 여자축구팀의 감독 월급이 128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런 척박하고 메마른 체육환경을 협회나 연맹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실상 그 답답한 뚜껑을 열어보면 제밥그릇을 덜어가면서 부족한 살림살이를 하고 있는 협회나 연맹이 부지기수인 것이 정설이다.
이번 대회 우승 보상금 역시 연맹관계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지급해야 될 형편이라고 한다. 비극적인 말로서 상대적으로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 간의 격차는 지구와 달보다 더 멀리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격차를 좁히는데만 화두를 던질 수 없다. 격차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한국스포츠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책이다.
비인기종목 역시 하나의 시장으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근본부터 헤아리는 위정자들의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
지난 50년의 한국체육의 역사는 엘리트체육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본주의적 잣대는 그 종목을 향유하는 인구 수와 그들이 뱉어낼 돈으로 기준 잡혀 있다. 그래서 그 두 변수의 배수값이 한없이 낮을 수록 종목에 대한 환경은 척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몇몇 기업인들의 인심에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혹은 우리가 주변에서 손쉽게 체육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 해당 종목을 향유하는 인구가 늘어날 수록 또 그 인구에게서 오는 부가가치가 배가 될수록 그 종목의 환경은 서서히 나아지게 되어 있다.
종목 간의 형평성, 체계적인 정부 지원의 부재는 어느 정권이든지 언제든 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기적은 작은 싹에서 온다. 우선 국민들이 누구나 체육을 가깝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스포츠 강국은 엘리트체육이 강한 나라가 아니라 생활체육이 강한 나라다. 국민들이 다양한 종목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그것을 행할 때, 비인기 종목과 인기 종목의 장벽은 사라질 것이고, 기적은 일단의 해프닝이 아닌 일상다반사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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