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기봉 한국특수메탈 대표이사 |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라고 한 성경 속의 부자는, ‘부자에고’를 갖고 있는 사람을 뜻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부자라 해도 부정적인 에고를 버리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면 천국보다 더 한 곳도 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는 존경받는 부자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외국으로 눈을 돌려 보면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가문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발렌버그(Wallenberg)가문이다. 150여 년 동안 스웨덴 사람들의 사랑과 신뢰를 얻었던 가문이기도 하다.
가문이 좀 낯 설다면, 발렌버그 가문이 거느리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자.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 가전시장의 거장 일렉트로룩스, 의약품 개발 전문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 발전설비 부문의 ABB, 하이테크 전투기의 강자 사브, 대형트럭의 스카니아.....
발렌베리 가문은 이 외에도 산업공구, 제지, 베어링, 금융, 의료기 등 산업 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14개 자회사가 있고, 투자기업도 150여개에 달한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 주식시장 시가총액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우리나라 같으면 부의 편중, 집중, 독점, 문어발 경영 등의 부정적이고 전투적인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그럼, 발렌버그 가(家)는 어떻게 존경받은 부자를 키웠을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비결은 ‘도전정신’이다. 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려면 혼자의 힘으로 발렌베리 가(家) 만의 전통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전통코스는 일단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어 해군장교로 근무해야 하고, 부모의 도움없이 명문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곧바로 해외유학도 마쳐야 한다. 이때도 부모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를 마친 후에는 국제적인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야만 한다.
열정과 리더십, 애국심, 도덕성 등 을 배양하고 갖춰야 가문의 후광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는 전통을 잇고 있는 발렌버그 가(家)에게 스웨덴 사람들은 애정과 전폭적인 지지를 변함없이 보내고 있다.
이제 우리기업도 명문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업인들도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 명문기업은 법적, 정신적, 자선적 책임을 조화롭게 수행하는 기업이다. 우수한 재무성과는 기본이고, 타의 모범이 되는 기업시민활동을 수행해야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업은 대체로 사업에 충실하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기업이 이 범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법적 윤리적인 책임은 높지만 사회공헌활동은 수동적이다. 세금을 냈으니 내 할일은 다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내가 내 돈을 갖고 내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뭐하고 하느냐는 식의 아집에 빠질 우려가 크다. 요즘 이런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곤경에 처할 수 있다. 한시바삐 이 늪에서 빠져나와야 우리 사회의 성장이 있다.
근대화가 진행된 지 100여 년이 지났다. 기업의 계승도 4-5대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속속 나와 주어야 한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 태어나면서 누릴 수 있었던 혜택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점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날의 기업은 경제적인 요구 뿐 아니라 사회의 여러 가지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존립 그 자체가 어렵게 됐다. 사회생활의 중요한 단위가 되었고, 사회적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기업은 이제 이윤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 생명체로서 기업의 발전과 인간가치의 실현에 공헌해야 한다는 의식이 제고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기업인들에게 내린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래저래 기업하기는 더 욱 더 어려워 질 듯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