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에 사는 4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지난 27일 오후 3시 30분께 괴 남성으로부터 걸려온 휴대폰을 받고 아연실색했다.
수화기에선 “엄마 나 어떻게 해. 살려줘…”라고 흐느끼는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 초간 이어진 딸의 음성이 끊어지자 자신을 장기밀매단 일원이라고 밝힌 괴 남성의 공포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남성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으며 “당신 딸을 붙잡고 있다. 은행계좌로 돈을 바로 부치지 않으면 딸의 장기를 팔아넘기겠다”며 협박했다.
A씨는 남성과 통화를 마치고 순간 보이스피싱일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딸과 전화통화가 되지 않자 오금이 저려왔다. 딸이 다니는 학교와 학원으로 수소문했지만 헛수고였다. 하늘이 노래진 A씨는 은행에 가서 돈을 송금할까 망설이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12에 신고했다.
도룡지구대 경찰관들이 황급히 A씨 주거지로 출동하는 찰나 극적으로 딸과 연락이 닿았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A씨는 딸의 소재를 파악하기까지 30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녀는 “매스컴에서 보이스피싱 사례를 많이 접했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고 나니 눈앞에 아무것도 안 보였다”며 “피해가 없어 다행이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회 방통위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보이스피싱 신고건수는 2007년 3981건, 2008년 8454건, 2009년 6720건, 올해(8월 말)에는 3478건으로 피해액만 19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대전에서만 100건의 보이스피싱이 발생했다. 보이스피싱은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면 사기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사기 미수 혐의로 피의자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들 조직 대부분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데다가 발신번호 추적이 어려워 경찰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욱 지능화 되고 있다”며 “다짜고짜 송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으면 절대 돈을 부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피해 예방의 지름길이다”라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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