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 파워포인트, 플래시 등을 작품제작에 활용한 작가들을 비롯해 사진과 영상이라는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작가들이 만들어낸 현재의 디지털 시대에만 가능한 드로잉을 살펴본 것.
원시시대 동굴벽화에서부터 시작된 드로잉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됐다. 르네상스 시대의 도면부터 정밀한 묘사로 완성된 작품과 거의 유사한 평가를 받고 출판되기도 했던 18세기 프랑스의 드로잉을 거쳐, 20세기 미술에서 드로잉은 초현실주의와 결합해 작가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통로로 사용되기까지 드로잉은 가장 억압되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방식으로 여겨져 왔다.
21세기 미술에서 이제 드로잉은 어떤 형태로 진화하고 있을까?
대전창작센터는 드로잉의 진화를 고찰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Long Live Drawing! 2- 공간적 드로잉(Spatial Drawing)' 전을 오는 11월 21일까지 창작센터 전관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의 전통적인 성격 중에서 2차원 평면, 특히 작은 종이를 대상으로 하던 것에서 벗어나 공간 속으로 확장되어 나가는 형태의 드로잉에 주목했다.
드로잉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선을 이용하되 소실점과 원근에 의해 입체감의 환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2차원 평면을 벗어나 공간 속을 자유롭게 탐험하고 유영하는 선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김대홍과 레피디우스, 린드플레쉬의 경우 건축물의 기존 구조와 주위 풍경들을 연결한다.
이영민은 붉은 줄이 화면을 관통하게 만들어서 최소한의 장치만으로도 인물 주위에 3차원의 입체감을 만들어 낸다. 또한, 반복해서 집적한 선으로 거대한 인물의 군산을 만들어내는 김은주의 경우,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인체 드로잉이 공간 전체를 압도하는 장관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는 대전창작센터라는 전시 공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대부분의 작가가 전시 공간을 사전에 방문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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