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딸 아이들의 애교에 눈 녹듯 피로가 사라지지만 최근에는 딸 아이들의 고민에 마음이 아프다.
학교의 화장실 위생상태가 불결해 소변조차 집에 와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능력은 물론 아이들의 건강까지 문제가 될 것 같아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B(40)씨 역시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소용역업체에서 매주 월, 수, 금 3회 청소를 했지만 올해부터는 1명이 상근하면서 화장실 등의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세제 등을 이용한 물청소는 고사하고 화장실의 쓰레기나 휴지통 비우기에 그치고 있다.
학생들은 화장실 사용을 꺼리기 일쑤고 이는 여학생들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부 학생들은 화장실 위생상태가 불결하다 보니 양변기 위에 올라서서 볼일을 해결하는 경우도 빚어지고 있다. 위생상태가 더욱 불결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과 충남지역 대부분 초등학교는 화장실 청소 등을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기가 어려워서 청소 위탁계약을 맺어 관리하거나 근로자를 고용해 청소를 대신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깨끗한 학교 만들기' 목적으로 사립을 제외한 모든 초등학교에 각 1000만원씩 지원,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근로자를 고용해 청소하고 있다.
도교육청 역시 초등학교 43억원, 중학교 14억원 등 67억원의 예산을 도내 모든 초·중학교에 지원, 용역업체를 선정해 화장실 청소를 위탁하고 있다. 중학교의 화장실 청소 용역비 지원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는 화장실 위생상태가 불결해 학생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생 B(여·5학년)양은 “양변기가 너무 더러워 소변조차 보기 힘들다”라며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여서 힘들어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어린 학생들이 대·소변을 참는 것은 건강에 위협을 주는 것은 물론 학습 능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의료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신진대사 기능이 왕성하고 신체 기능이 발달하는 과정의 어린 학생들로서는 변비 증세뿐 아니라 갖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현대식 시설 설치에만 치중하는 것보다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양변기 등을 새로 설치하더라도 관리가 부실하면 학생들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학부모 정 모(여·43)씨는 “어린 학생들이 위생상태가 불결한 화장실을 사용하기 어려울뿐더러 자칫 다른 질병의 감염 우려까지 있는 것 아니냐”라며 “교직원 화장실만 깨끗하게 유지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해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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