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정년연장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연금 재정의 적자를 탈피하기 위하여 노령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한다는 의미다. 노동자들은 정년이 연장되면 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질 뿐 아니라 수혜 기간도 줄어든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청년들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다고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2007년 7월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여 국민연금 보험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인 자가 60세에 도달하면 노령급여가 지급되지만, 노령급여 지급연령이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상향되어 2033년 이후에는 65세부터 수급자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2026년에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하여 장기 연금수급자가 증가하고 연금 수급자를 지탱하는 현역 세대가 감소하게 되면 연금재정은 빠른 속도로 고갈될 것이다. 정부가 연금의 수급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단계적으로 낮춘 것도 재정안정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의 수급연령을 높이고 소득 대체율을 낮추는 것은 불완전한 미봉책이다. 재정건전성 문제는 미루어진 것일 뿐이다. 소득 대체율의 감소는 국민연금이 전혀 노후소득보장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법 개정 당시 우리 노동계도 개악이라고 주장했지만 최근의 프랑스 노동계처럼 거세게 반발하지는 않았다.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서의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 아닌가 싶다. 사회보장제도의 역사가 일천하기도 하지만 공적 연금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신은 뿌리 깊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가 발전된 많은 국가들의 경우에도 공적 연금이 더 이상 노후의 생활을 책임져주지 못하는 것은 보편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노후의 소득은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가? 물론 국민연금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겠지만 단시일 내에 개선되기는 어렵다. 결국은 공적 연금을 중심으로 개별 근로자의 퇴직연금제도와 개인연금제도가 보충적으로 활용될 수 밖에 없다.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정년 연장 또는 정년 의무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고령화 시대에 정년 연장은 분명 필요하지만 청년실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정년 연장의 의무화는 기업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측면도 있다.
미국은 연령차별금지법에 의하여 정년제도가 폐지되었고, 독일도 법률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노사가 합의하여 정년제를 두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프랑스는 연금수급연령을 하회하는 정년 설정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60세 이상의 정년을 권장하고 있으며,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경우 과거의 근로조건보다 낮은 수준으로 근로계약 체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정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관행이 변해야 한다. 선진국이 아예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정년 연령이 높은 것은 성과급 체계나 인센티브 제도와 같은 임금의 유연성이 높고, 인력의 배치 전환 등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는 자'는 모두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개혁되어야 한다. 개혁은 당연히 고통과 인내를 수반한다. 그러나 개혁하지 않고는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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