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세금 10원과 비용 1750원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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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천]세금 10원과 비용 1750원의 셈법

[시사에세이]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공금'이기에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청구비용이 더 클땐 경제성 떨어져 합법성·합리성 적절한 조화가 필요

  • 승인 2010-09-27 14:44
  • 신문게재 2010-09-28 20면
▲ 전 서산시 부시장
▲ 전 서산시 부시장
TV가 고장나서 AS센터에 문의했더니 수리비로 5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고치더라도 중고품가격이 수리비도 안 될 것이 뻔하고 구형 모델이라서 신품은 20만원 남짓이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물상에 주고 말았다.

예전에는 웬만한 고장은 전파상에서 고쳤는데, 요즘에는 메이커의 AS센터가 아니고서는 수리를 하는 곳이 없으니 비싼 비용을 들여서라도 고치거나 아니면 버리는 수밖에 없다. 또한 자동차건 가전제품이건 어느 부분이 고장이 나면 그 전체를 통째로 갈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부품자체가 세트로 나오거나 인건비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 교체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한다. 참으로 아까운 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시민이 세금 10원이 체납되었다며 1750원의 우편요금을 들여보낸 고지서를 받아보고 황당하다며 정부기관에 신고한 이야기가 신문에 실렸다. 또 미납된 전기료 50원 때문에 세 차례에 800원의 우편료가 들어간 고지서를 받아보았다는 이야기도 실렸다. 이러한 사례는 물론 사무를 기계적으로 처리했거나 또는 착오로 인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막 공직에 입문했을 무렵 선배로부터 ‘공금(公金)의 무거움’에 대해 들은 이야기다. 체납자가 동해안에 살고 있는데 그 곳까지 받으러 갔다고 한다. 교통이 불편할 때라 그곳에 다녀오자면 3~4일은 족히 걸려서 출장경비가 받을 세금보다 더 많이 드는데도, 공금이기 때문에 받으러 가는 것이 그 당시의 인식이고 관행이었다고 했다. 옛날에 어느 관리가 세금을 받아 가지고 가다가 그만 강물에 빠뜨렸는데, 그 액수보다도 더 많은 비용을 들여 건졌다는 고사(故事)도 들려주었다. 어쨌거나 건지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품삯이 되고, 또 건진 돈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지만, 만약 그 엽전(葉錢)을 건지지 않으면 영원히 없어질 뿐 아니라, 물에 빠뜨린 공금을 찾지 않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만약에 그런 경우라면 과연 그렇게 조치를 할까? 아마 받을 금액이나 찾는데 소요되는 경비를 비교해 처리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현업기관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 기관의 이전공사를 하려는데, 사람들이 그 소문을 어찌 들었는지 이전 예정지 산에서 몰래 나무를 베어가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할 때인데, 작은 나무가 대부분이라 어차피 베어낼 것이라 여겼는지 또는 임자가 없는 물건이라 생각을 했는지 조금씩 베어가는 것을 지키기도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무를 미리 베어 매각하기로 하고, 인건비와 감정료 등 필요한 경비를 추산해보니 나무를 베어 팔았을 때의 수입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었다. 궁리 끝에 차라리 그냥 베어가도록 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공사가 끝나서 현장사무소 건물을 철거하게 되었는데, 철거 후 폐자재 매각대보다 철거비용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인근 마을에서 철거하여 재사용하도록 한 일도 있었다. 비록 규정을 벗어난 처리방법이었지만 적정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보면 합법성과 합리성이 상충될 때가 있고, 규정대로만 처리하기에 어려울 때도 있다. 때로는 '법대로만'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요즈음 제도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공무원들의 인식도 바뀌어 가고 있지만, 공금을 내돈처럼 아끼면서 더욱 현실에 맞게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수익성이나 경제성만을 따질 수 없는 것이 공공업무의 특징이라 하겠으나, 공직자가 하는 일에 대한 더 큰 믿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은 되도록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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