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문 충남도의원 |
전국 16개 시·도 중 프로축구 구단이 없는 곳은 충남·북과 경북뿐이다. 도민구단 창단 추진을 두 손 들고 환영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 도는 도민들의 축구에 대한 인기와 도세(道勢)를 고려하면 오히려 늦은감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급물살을 타고 있는 도민축구단을 보고 있노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있다.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는 재정이다. 도민축구단 창단 비용은 최소 150억원, 운영비는 매년 120억에서 180억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축구팀과 관련된 각종 제반 비용은 적어도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재정 자립도가 24%에 불과한 데다, 지방세수가 날로 감소하는 충남도의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웃 대전시가 1996년 전국 최초로 창단한 대전시티즌 축구단이 재정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철을 우리 도(道)도 밟을 것이란 우려다.
창단과 동시에 2부 리그를 전전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올해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시즌 참가 클럽은 현재 15개 팀이다. 여기에 내년 시즌 참가 예정인 광주시민구단을 포함하면 16개 팀이 된다. 충남도민축구단이 내년 창단한다면 17번째 축구단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문제는 축구연맹이 내년 경기운영 방식으로 '디비전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비전 시스템이 도입되면 1부 리그 팀은 16개 팀으로 구성되는데, 이럴 경우 가장 늦게 발을 뗀 충남도민 축구단은 창단과 함께 2부 리그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처럼 출발부터 가시밭길이 불 보듯 뻔한 도민구단에 대한 마땅한 해법은 없을까.
우선적으로 광주를 연고로 하고 있는 '상무'가 눈길을 끈다. 국군 체육부대 소속인 상무는 국방부-광주시간 4년 연고 계약이 올해 만료됨에 따라 다른 연고지를 물색 중이다. 상무는 현재 안양과 안산, 고양, 청주 등과 타진 중이며, 축구연맹은 지역 안배를 고려해 충청권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상무와의 계약으로 실질적인 운영을 하다 4년 후 도민 축구단을 창단하는 방법은 어떨까. 상무를 유치한다면 초기 창단 비용이 30억 가량 소요되고, 축구연맹에 출자해야 하는 40억원의 기금은 10억씩 분할 납부할 수 있어 4년 뒤 도민구단 창단 때 재정적 부담도 덜 수 있다.
상무를 운영하는 동안은 현재 N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천안시청 축구팀을 강화해 4년 뒤 도민축구단으로 승격시키는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천안에는 특히 1200억원을 들여 만든 축구센터와 종합운동장, 훈련장 등이 있어 프로 축구팀에겐 최적의 조건이다.
도민축구단은 어쩌면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안 지사는 공약 중 하나로 도민축구단을 제시, 당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 내 창단을 염두에 두고 서둘러서는 안된다. 내·외부적 요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럴 때만 애물단지가 아닌 도민에게 사랑 받는 도민구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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