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김혁은 북한에 어머니와 동생을 남겨둔 채 홀홀단신 탈북한다. 동생 철은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형의 뒤를 쫓아 탈북한다.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던 혁은 동생 철을 보자마자 눈물을 쏟아내지만 철의 머릿속은 온통 분노로 가득하다.
범아시아 레전드, ‘영웅본색’의 리메이크에 도전한 송해성 감독은 원작을 적절히 변주하거나 그대로 따르면서 대신 한국적 정서를 듬뿍 불어넣는다. 형제간 애증이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원작과 달리, ‘탈북’에서 끌어온다. 가족을 남겨놓고 탈북한 형, 그런 형을 증오하고 분노하는 동생의 사연을 들려주며 남북이 갈라진 우리의 현실과 조우한다. 중요한 순간 터져 나오는 주인공들이 북한 사투리, 한 밥상에서 머리를 맞대고 국밥을 먹는 형제의 침묵, 그리고 부산이라는 지역색에 대한 부각 또한 한국적인 냄새다.
원작과 매치시켜보면 주진모가 적룡, 김강우가 장국영, 송승헌이 주윤발, 조한선이 이자웅이다.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건 송승헌이다.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쌍권총을 쏘던 주윤발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쌍권총을 쏘아대는 송승헌의 모습은 주윤발이라기보다 거의 람보다. 소년의 얼굴에서 독한 ‘의리남’으로 변신하는 주윤발의 비장미엔 미치지 못한다. 절반의 성공이라고나 할까.
영화 자체가 절반의 성공이다. 태국의 정글과 부산을 오가며 스케일을 키웠고, ‘총싸움’ 화력도 무지막지하게 보강됐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이랄 수 있는 ‘총싸움 장면’은 2010년 ‘무적자’보다 1986년 ‘영웅본색’이 더 화려하고 강렬하다.
쌍권총을 들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송승헌, 악당 조한선과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형제의 화합까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순간은 모두 ‘영웅본색’을 그저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한다. 인물간 관계에서 오는 드라마에 능력을 보여온 송해성 감독의 장기도 발휘되지 못했다. 형제애를 절절히 강조하지만 그들의 진심을 관객의 눈앞에 꺼내놓진 못한다.
다만 원작을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폼 나는 수컷들의 우정에 가슴이 저릿할 것 같다. 25년 전 젊은 세대들이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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