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랑프리]당차고 털털 '김태희의 변신'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그랑프리]당차고 털털 '김태희의 변신'

■ 그랑프리 감독: 양윤호. 출연: 김태희, 양동근, 박근형, 고두심

  • 승인 2010-09-16 19:08
  • 신문게재 2010-09-17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경주 도중 사고로 경주말을 잃은 주희. 기수로 성취하고 싶었던 그랑프리에 대한 꿈도 잃었다. 꿈을 접고 내려간 제주도는 오히려 그녀에게 반전의 장을 제공한다. 그곳에서 만난 우석의 애정공세에 주희는 삶에 대한 의지, 기수로서의 꿈을 되찾는다.


오롯이 김태희의 영화다. 첫 원톱주연에 도전한 김태희는 과거 작품들에 비해 한결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말 위에 오른 자태는 여전히 ‘여신’ 포스가 물씬하지만, 흙 밭을 뒹굴며 당차고 털털하고 솔직한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그간 지겹게 따라다녔던 연기력 논란도 눅일 듯하다. 직선적이고 엉뚱한 듯 그만의 페이소스를 지닌 양동근의 녹슬지 않은 매력이 뒷받침한다.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도 시원하다.

양윤호 감독의 영화의 중심엔 언제나 ‘인간’이 있었다. 경마(競馬)라는 독특한 소재를 끌어들였지만, ‘그랑프리’도 말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주다. 경주 도중 사고로 말을 잃고 좌절하는 주희.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우석의 사랑이 기둥 줄거리. 여기에 목장주인 유선과 조련사 만출, 두 노인의 오랜 사랑 역시 영화의 중요축이다. 다문화 가정에서 있을 법한 가정불화 이야기에, 말로 인해 부모를 잃은 소심의 사정까지 들려준다.

문제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보니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마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한편의 작품에 여러 에피소드를 엮은 듯한 산만한 느낌은 몰입을 방해한다.

게다가 김태희와 양동근의 멜로든, 박근형과 고두심의 로맨스든 신선도가 떨어진다. 사랑의 힘으로 좌절을 극복한다는 뻔한 이야기인데 이를 받쳐줄 에피소드들이 너무 전형적이어서 식상하다. 너무나도 뻔한, 판에 박힌 듯한 장면이 많은데다 인물간 관계 설정도 억지로 끼워 맞춘 듯 버석거린다. 박근형 고두심, 국민 배우들이 “아니, 당신은…!” “그것은 내 못난 죄책감이오”처럼 닭살 돋는 대사를 진지한 얼굴로 토해내는 모습은 옛날 영화를 다시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영화 시작을 알리는 경주 장면은 생동감 넘치고, 말과 사람이 소통하는 장면에선 눈물도 흐른다. 시원한 웃음도 군데군데 삽입돼 있다. 후반부의 경기 장면은 스포츠 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러나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을 만족시키려면 한참 멀었다.

게다가 동물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충무로의 속설도 있다. ‘그랑프리’ 그 모든 약점을 뒤집을 수 있을까. 김태희의 열연과 매력만으론 역부족일 듯 싶은데.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헤드라인 뉴스


AI디지털교과서 논란 지속, 교사들 "AIDT 사용 거부" 선언까지

AI디지털교과서 논란 지속, 교사들 "AIDT 사용 거부" 선언까지

2025년 3월 일부 학년과 과목에 도입될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AIDT)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교사들이 AIDT 사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11월 29일 교육부의 AIDT 채택을 앞두고 정책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9일 AIDT 거부 교사 선언을 천명하고 12월 3일까지 서명을 받는다. 시작 이틀 만에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전교조는 AIDT 도입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2025년 정책이 시작되는 데 반대하며 사용 거부, 채..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