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시라노 에이전시’는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끙끙대는 이들을 위해 연애 비법을 전수해주고 돈을 받는 대행업체. 이곳에 내성적인 펀드매니저 사용이 찾아오면서 에이전시는 위기를 맞는다. 조작 대상인 타깃녀가 에이전시 대표 병훈의 옛 여자친구였기 때문.
‘시라노’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제목이자 주인공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에서 따왔다. 시라노는 큰 코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를 쾌활한 성격 뒤에 감추고 사는 군인. 수줍음 많은 후배를 대신해 연애편지를 써주는데, 비록 대필이지만 남몰래 사랑했던 여인을 향한 진심의 세레나데를 담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시라노 스토리를 변주해 현대 남녀의 사랑방정식으로 상큼하게 푼다.
에이전시가 무얼하는 곳인지 보여주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메가톤급 폭소탄이다. 송새벽의 연애 숙맥 연기가 배꼽을 쥐게 만든다. 연애기술과 센스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마스크에 행동도 딴판인데, 에이전시가 써준 대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로맨틱한 작업용 멘트’를 어눌하게 툭툭 뱉는 엇박자의 상황은 방어할 틈도 없이 웃음보를 터뜨려 놓는다.
그러니까 에이전시는 사랑을 도와주는 대행업자다. 현대식 사랑은 편지 갖고는 어림도 없는 일. 연극 단원 출신으로 구성된 에이전시 요원들은 이성을 사로잡는 치밀한 각본과 행동방침, 맞춤형 외형 분석을 통한 과학적 접근으로 연애에 숙맥인 사람들도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게 ‘조작’해준다.
하지만 성공률 99%를 자랑하는 에이전시도 상용의 의뢰가 들어오면서 위기를 맞는다. 조작 대상인 여자는 에이전시 대표와 오래전 사귄 사이. 영화는 대행업자와 의뢰인이라는 구조 속에서 진정한 사랑,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순수한 진심은 통한다는 순애보적 사랑을 칭송한다. 희곡 ‘시라노’와 만나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알았던 엄태웅 이미정 최다니엘 박신애는 잊어라. 그들을 세상에 알린 이미지와 정확히 반대 지점에 선 배우들의 ‘재발견’이 반짝거리는 영화. 아예 대놓고 짜고 치는 로맨스지만 공감지수는 200%다.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선을 끝까지 이어가면서 웃음과 눈물을 끌어내는 솜씨가 발군이다. 추석에 볼만한 영화를 추천하라면 단연 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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