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술관과 지역 미술계에 따르면 이응노미술관은 지난해 고암 서거 20주기 기념 특별전 '논 페인팅(Non-Painting)' 전을 위해 부인 박인경씨에게 작품 49점을 대여했다.
대여 작품은 클리닝 작업과 작품에 맞는 액자제작(쇼케이스)작업, 사진촬영 작업 등을 통해 60~80년대 고암의 콜라주, 태피스트리 등 35점이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올 3월까지 전시됐다.
전시가 끝난 후 지난 4월께 대여 작품 49점 가운데 20여 점이 미술품 수집 기관인 A아트센터로 10여 점은 B재단으로 판매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응노미술관은 작품 대여 당시 전시 종료와 함께 1년 동안 미술관에 보관하며 전시와 연구를 하게 돼 있지만, 작품 판매로 인해 10여 점만 보관된 상태다. 이에 대해 지역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응노미술관 본래의 이응노 작품 소장, 보존 기능을 잃고 작품 판매를 하는 사설 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미술계 한 인사는 “이응노 미술관은 공공미술관임에도 대여 작품으로 전시한 뒤 전국적으로 이응노 작품이 판매된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결국, 대여 작품 전시가 끝나면 이응노미술관에는 도록만 남는 거고 알맹이가 되는 작품은 다른 곳에서 소장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미술평론가는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이 과연 시민들한테 돌아오는게 뭔지 알 수가 없다”며 “이응노미술관에서 전시한 이응노 화백의 작품은 미술관 측에 남아야 하는데 작품이 판매돼 홍보관 또는 판매처로 전락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난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이응노미술관에서 전시가 끝나고 나서 대여한 작품이 판매됐다는 것을 몰랐다”며 “설사 직접 판매가 됐더라도 주인이 돌려달라고 해서 프랑스로 돌려줄 수도 있고 다른 사람한테 판매한다며 직접 보내주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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