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형 천양원 원장, 대전사회복지협의회 수석부회장 |
그 소년은 어떻게 살아야 큰 바위 얼굴처럼 될까 생각하면서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부자, 장군, 정치인, 시인들이 나타나 자신들이 전설의 인물이라고 하지만 모두 빗나가고 만다. 수십년이 지난 어느 날 어니스트의 연설을 듣던 한 시인이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의 인간상을 갖춘 인물임을 발견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큰 바위 얼굴과 같은 현명하고 고아한 용모를 닮아 보려는 마음으로 살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고상한 인격을 가진 인물로 변해갔다는 것이다.
나는 일주일에 3~4차례 아내와 함께 왕가봉이라는 작은 산에 오른다. 산에 올라가 몇 가지 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하고 계룡리슈빌 아파트쪽으로 내려와 월드컵 경기장을 돌아 집에 온다. 시간으로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이 코스로 걷기를 하면 반드시 지나치는 장소가 있다.
현충원역 3번 출구에서 동학사 쪽으로 150여 지점에 주로 돌로 만들어진 골동품을 취급하는 황덕당이라는 업소다. 2층집 앞에는 커다란 2개의 해태상이 있고, 석탑이 즐비하다. 그뿐만 아니라 갖가지 인물상과 동물상도 있고, 크고 작은 용기들이 있다. 가장 큰 용기에는 물을 담아 연꽃을 심어 꽃대가 교대로 올라와 연분홍색 꽃을 피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연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황덕당의 사장과는 종종 산에서 만나거나 그 집을 지나다가 마주치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다. 그의 이층집 처마 모서리에는 풍경이 매달려 바람이 불면 산사에서나 들을 수 있는 찰랑 찰랑하는 정겨운 소리를 낸다. 황덕당 사장은 몸집이 상당히 큰 편이며 얼굴은 가무잡잡하고 두터운 편이다.
나는 그 분이 언제나 빙그레 웃는 얼굴을 한다는 특징을 발견했다. 어느 날 그 집 앞을 지나면서 2개의 인물 석상에서 석상이 풍기는 인상과 주인의 인상이 겹쳐지는 느낌을 감지했다. 참 희한하구나! 이럴 수가 있을까? 주인은 매일 같이 이 석상의 인상을 닮아 보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분을 만나면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황덕당 앞에 도착하니 마침 주인 되는 분이 각종 석상에 물을 뿌려주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석상을 가리키며 이름을 물어 보았다.
“예, 이 석상 이름은 칠복상이라고 합니다.”
“아, 다름 아니라 사장님 웃는 미소와 석상의 미소가 너무 닮아서, 그 연유를 알고싶군요.”
“하하하! 원장님 잘 보셨습니다. 제가 저 칠복상을 닮아 보려고 노력해 왔지요. 세상의 탐욕을 버리고 일곱 가지의 복을 받아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보고 싶은 것입니다.”
나는 위의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누구나 자기의 표상으로 삼고자 하는 인물 또는 어떤 신앙이나 사상, 학문, 예술 등 어느 무엇이든지 불타는 마음으로 닮으려 노력하면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요즘 인사검증 공포증에 시달리는 지도층을 보면서, 앞으로 지도자가 되려는 분들은 고상한 인격을 갖춘 인물을 닮아 보려는 노력이 선행 되어야할 것 같다. 앙드레 말로의 말처럼 “오랫 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라는 말을 음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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