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동석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비만센터 교수 |
그러나 술은 알코올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물과 알코올(에탄올), 그리고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다. 위스키, 코냑, 보드카는 탄수화물이지만 와인은 1ℓ당 2~10g, 맥주 500cc는 30g 정도의 탄수화물을 포함하여 맥주 두 잔을 마시면 밥 반공기 정도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된다. 따라서 맥주나 와인을 마신다면 진정한 엠프티 칼로리는 아닌 것.
그런데 안주 없이 술만 마시는 것이 과연 쉬울까?
적당량의 술은 식욕을 촉진하고 포만감을 지연시켜 음식 섭취량을 늘려 그냥 음식을 먹을 때 보다 술을 함께 마시면 술로 인한 칼로리를 제외하더라도 식사량이 더 늘어난다. 우리 음주문화는 술과 안주를 같이 먹는 반주 문화다. 집에서 먹는 식사는 700~800인데 반해 회식자리를 보면 1차에서 삼겹살과 소주를, 입가심으로 2차에서 튀김에 맥주 한두 잔을 먹는다면 하루에 3000~4000kcal를 섭취하게 된다. 이렇게 1주일에 두 번만 먹는다면 1㎏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 술은 음식 조절만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리듬을 깨뜨려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데 4일 이상 걸린다. 따라서 1주일에 1번 정도 음주를 한다면 다이어트는 불가능하다.
술을 자주 마시거나 폭음을 하는 사람들은 비타민, 미네랄 등이 결핍되기 쉽고 무엇보다도 근육 단백질이 빠져나간다. 음식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 손실되는 단백질은 막을 수 있지만 뱃살은 늘어난다. 또한 음주 다음날 몸이 붓고 지방이 잘 빠지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
동의보감에서 '술(酒)은 오곡의 진액이고 쌀누룩의 정화로 사람을 이롭게 하지만 상하게도 한다. 왜냐하면 술은 몹시 열(熱)하고 몹시 독(毒)하기 때문이다. 몹시 추울 때 바닷물은 얼어도 오직 술만 얼지 않는 것은 뜨거운 성질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술을 마시면 정신이 쉽게 흐려지는 것은 술이 독하기 때문이다. 찬바람과 추위를 물리치고 혈맥을 잘 돌게 하며 사기를 없애고 약 기운을 이끄는 데는 술보다 나은 것이 없으나, 만약 지나치게 마시면 그 독기가 심장을 침범하고 창자가 뚫리며 정신이 착란되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이로우나 다이어트에서는 적당량도 이로울 것이 없다. 술만 마셔도 살이 찔 수 있으니 술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자리라면 물을 안주 삼아 충분히 마시도록 하자.
알코올 도수가 희석되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서서히 올라가며 소변을 통해 주독(酒毒)을 제거하는 이소변(利小便)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안주를 먹어야겠다면 야채나 과일 안주 등으로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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